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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노동자의 눈

'총사퇴'를 가지고 장난치나?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6. 6. 29.
 

오전 11시 평택지청에서 기자회견을 둘러보고 점심을 간단히 먹고 부서로 돌아왔다.

 

집행부의 공식입장이 궁금해졌고 여기저기 확인해 보았다. 대의원대회 소집을 위한 대의원대표들의 서명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현안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뭔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오석규위원장이 비리사건으로 구속되었을시 '집행부 총사퇴'나 '임원불신임'에 대해서 소극적이거나 방관하였던 대부분의 대의원들이 '불신임결의'를 위한 조합원 3분의 1 이상이 참여하여 규약에 따른 적법한 '임시총회 요구'를 아예 무마시키려고 앞장서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대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을 하면 쉽게 임시총회나 대의원대회를 소집할 수 있음에도 지금까지 방관하더니 이제와서 8대 집행부의 임기를 보존하겠다고 나서는 것인지 심히 우려스러울 뿐이다.

 

3분의 1 이상의 조합원들이 규약의 절차에 따라 직접 참여하여 요청한 '임시총회'요구는 중요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대의원들의 '간담회'나 '대의원회의'는 절차도 규약도 무시해도 중요한 모양이다.

 

조합원의 한사람으로서, 또한 소집권자로 지명된 책임있는 조합원으로서, 조합원들의 정당한 요구를 가로채어 조합원들을 영원히 들러리로 세우려는 일부 대의원들의 한심한 작태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간담회인지, 대의원회의인지 논의되었던 사항에 대해서 몇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갈 사항이 있다.

 

첫째, '총사퇴'를 기조로한 '조기선거체계'로 한다지만 '총사퇴 시점'과 '조기선거 시점'이 명확치 않다. 두가지 시점은 집행부가 결정할 사항이지 대의원대회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 대의원대회에서 논의한다는 얘기는 다수의 대의원들의 뜻에 따라서 얼마든지 번복도 가능하기에 순수하게 보일리가 없다. 

 

둘째, '긴급대의원대회' 안건을 보면 '현안문제'라고 명시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조기선거체계'에 대한 논의도 아니고 '비리연루자 징계방안', '비리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겠는가! 조합원들의 총회소집 요구를 무마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자리로 차일피일 미루어지거나 둔감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셋째, '희망퇴직' 공고가 붙었다고해서 일주일 전에 무효가 된 8대 집행부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시도는 조합원들의 '총사퇴' 요구를 단번에 무시해버리는 '도발'이라고 보아야 한다. '총사퇴 기조'가 아닌 임단협까지 책임지겠다는 의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무효되는날 천막을 걷고 투쟁조끼를 벗어던졌던 그 용기(?)를 다 주어담은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다시말해서 '희망퇴직' 실시를 두고 '파업권'을 달라는 것은 '작은 돌을 던져 해결할 일을 큰 바위를 던져 해결하겠다' 는 무모한 짓에 불과하다. '총사퇴 기조'라면 8대 집행부의 '교섭권'과 '쟁의권'은 모두 포기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조합원 판단에 따르면 되는 것이다. 가장 의심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들을 활용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불순한 시도는 설령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초라하기 짝이없을 것이다. 모든 지도력과 투쟁의 구심으로서의 명분을 잃은 8대 집행부가 '희망퇴직'이라는 혼란한 틈을 이용해서 집행권을 유지하려는 술책쯤으로 바라보는 조합원들을 또 한번 확인시켜 줄 뿐이기 때문이다. 

 

 

8대 집행부가 진정 '총사퇴 요구'를 받아드린다면 모든 자존심과 권한을 버려야 한다. 조합원 및 국민들에게 '공개사과'를 천명하고 '총사퇴'와 함께 모든 권한을 차기 지도부에 위임해야 한다.

 

'희망퇴직'실시에 따른 대응도 차기 집행부에 넘겨도 충분하다. 임단협과 산별전환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조기선거를 서두르는 것이 8대 집행부의 마지막 남은 중요사업이 되어야 한다.

 

조합원들이 신뢰하지 않는 지도부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하루빨리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일 외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신경써도 해결될 사항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말로만 하는 투쟁', '간부들만 흉내내는 투쟁'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알멩이가 없는 껍데기 투쟁으로는 다가오는 구조조정 투쟁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일은 하루빨리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모든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

 

오늘 오전중에 진의여부를 확인해보는 과정을 반듯이 거칠것이다. 조합원들로부터 위임받은 '총회소집 권한'을 함부로 다루지도 않겠지만 '총회소집'을 취소시키려면 조합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내놓아야 한다.

 

소수가 아닌 다수의 보편적 상식에 입각한 절차와 구체적 시기를 내놓지 못한다면 '총사퇴 기조'는 허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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