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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노동자의 눈

'옥쇄파업' 첫날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6. 8. 16.

# 8/16 오후 6:40

 

오늘 오후 5시까지 공장안으로 집결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옥쇄파업을 진행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창원, 구로 등 전국의 흩어져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모두 뭉치는 날이기도 하다. 이번 옥쇄파업은 상하이자본이 약속은 지키지 않은체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맞서 쌍용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사수하는 투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날이다.

 

상하이 자본은 임금동결과 단협개악과 더불어 정규직의 대량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계약해지, 인위적인 인력재배치, 돈 되는 사업장 분할매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해 오고 있다.

 

노동자들이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결해서 최대한 피해를 줄이고 우리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켜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내걸고 수세적인 투쟁이 아니라 공세적인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현장은 9대 임원선거로 많은 현장조직과 활동가들이 선대본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8대 집행부의 임원비리로 조기선거에 들어간 이후 현장은 노동조합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있다. 하지만 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에는 모두 함께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오산에서 수화교육 중급반 수료식이 있는 날이다.

오후 7시부터 진행하기에 총파업선포식에는 늦게 참여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담당 대의원에게 늦게 들어간다고 연락은 했지만 동료들에게도 미안하다.

 

개인의 일로 취부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공익적인 측면도 있어 이해를 바랄뿐이다. 결코 사적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총파업 선포식에 참여한 쌍용차 노동자들>

 

 

# 8/17 오전 1:40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총파업 선포식이 성황리에 마쳤다.

 

정비지부 조합원들이 구연구동 건물에 숙소를 마련했다고 한다. 창원지부 조합원들은 승용차체 건물을 숙소로 마련했다고 한다. 애초에는 본관건물을 숙소로 잡을 예정이었으나 계획이 바뀐 것이다.

 

옥쇄파업이면 공장 전체를 점거하는 투쟁으로 알고 있었다. 정문 출입은 자유로운 편이고 꽤 많은 조합원들이 부서 동료들끼리 술을 사 마시기도 하고 일부 선대본 소속 활동가들은 천막을 지키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주까지는 비조합원들의 출입과 근무를 허용하겠다고 한다. 식사제공을 유지하기 위해서 본관건물은 점거하지 않는다고 하기도 하고......구조조정 투쟁에 조합원과 비조합원 가릴것이 없다며 비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번주까지는 기다린단다.

 

혁신동지들이 저녁에 모였다.

미리 만든 몸벽보를 부착하느냐 마느냐, 내용이 맞느냐 맞지 않느냐 등등 토론이 지루하게 늦게까지 이어졌다. 불필요한 논쟁이다.

 

구로지부 동지를 만났는데 분할매각에 대한 걱정이 가장 많았다. 창원공장과 연구소도 마찬가지지만 중요한 것은 주체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대응이다.

 

현장에서는 성과금 300만원에 정리해고 철회로 잠정합의가 될 것이라는 유언비어가 꽤 많이 퍼져 있다.

 

김규한 직대는 18일부터 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한다. 조기에 끝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