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강도 완화 투쟁
노동강도를 둘러싼 투쟁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들이 임금인상 투쟁과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전개하면, 자본가들은 이런 성과들을 ‘노동강도 증대’로 빼앗으려 더욱 발악하게 된다. 예컨대, 노동시간이 하루 9시간에서 8시간으로 단축되더라도 만약 노동강도가 20% 증대했다면, 노동시간 단축은 유명무실하게 된다. 가령 이 경우 8시간 노동으로 줄어들었지만, 실제로는 과거의 9.6시간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하루에 수행하는 노동이 증대하면 약간의 임금 상승이 있더라도 자본가의 이윤은 늘어난다.
가령 노동강도의 대폭 증대로 하루 10시간의 노동이 과거의 12시간 노동에 해당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과거 10시간 노동을 통해 노동자가 받았던 임금이 200만원이고 자본가가 가져가는 이윤이 100만원이라고 치자. 이제 노동강도가 증대해서 10시간 노동으로도 과거의 12시간에 해당하는 노동을 해야 한다면 임금이 220만원으로 인상되더라도 자본가의 이윤은 140만원으로 훨씬 더 증대하게 된다. 2시간분의 노동이 늘어나므로 자본가가 획득하는 추가 이득이 60만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의 착취도는 100만원/200만원 곱하기 100%인 50%에서, 140만원/220만원 곱하기 100%인 62%로 훨씬 더 증가한다.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더 많이 쥐어짜이는 것이다. 노동자의 임금이 증가하는 것에 비해 자본가들의 이윤은 더 크게 늘어나며, 이에 따라 불평등은 심화된다.
또한 노동자의 노동력 지출이 엄청나게 늘어나므로 ‘노동력 재생산 비용’ 또한 늘어나게 된다. 임금인상은 이러한 노동력 재생산 비용의 증대에 비한다면 덜 이뤄지며, 따라서 임금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셈이 된다. 또한 이런 식으로 노동강도가 증대하면 자본가는 노동자들을 덜 고용해도 주문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으므로, (노동자 수 곱하기 평균 임금)인 임금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된다. 역으로 노동자들은 취업 노동자들의 과도 노동(노동강도 증대)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어 확대되는 실업 문제와 마주치게 된다.
이처럼 노동조합 투쟁의 활성화에 따른 임금인상과 노동시간단축은 반드시 ‘노동강도 증대’라는 자본가의 반격과 맞닥뜨리게 된다.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의 성과를 무력화시키면서 이윤을 보호하고 더 확대하기 위해 자본가들은 노동강도 증대를 통해 착취도를 높이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공장을 가동시키려 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강도 증대에 맞선 투쟁을 전개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는 투쟁으로 획득한 성과물을 잃어버리게 된다.
첫째, 노동강도 증대에 맞선 투쟁이 없다면, 노동자는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얻은 성과를 노동강도 증대 때문에 고스란히 다시 빼앗기고 만다. 또한 강도 높은 노동 때문에 노동력이 빠르게 마모되어 ‘노동력 재생산 비용’은 높아지며 이에 따라 임금 인상의 성과는 무력화된다. 만성적인 피로 때문에 노동자들은 병원 치료와 약값으로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 심지어는 몸이 망가져 노동력을 판매할 수 없게 됨으로써 해고당하거나 산재 수당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비참한 처지로 내몰린다.
둘째, 노동강도 증대에 맞선 투쟁이 없다면, ‘계급’으로서 노동자는 한편으로는 과도한 노동에 신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업자로 전락하고 만다. 취업 노동자들이 강도 높은 노동에 신음하는 바로 그만큼, 이들의 과도 노동에 의해 불필요하게 된 노동자들은 실업노동자로 전락한다. 취업 노동자 한 사람이 과거 두 사람이 했던 노동을 담당하면 한 사람분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급적’으로 볼 때, ‘자본가계급’은 한손으로 지불한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노동강도 증대를 통해 다른 한손으로 ‘노동자계급’으로부터 회수해버리는 것이다. 그 결과는 취업 노동자들은 약간의 임금인상에도 불구하고 뼈빠지게 노동하면서 더 많이 착취당하고 병들고 다치게 되며, 더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노동강도 증대 저지 투쟁, 나아가서 노동강도 완화 투쟁이 없다면 노동자가 투쟁으로 얻어낸 모든 성과들은 물거품이 되기 십상이다. 또한 이 투쟁이 없다면 전체로서 ‘노동자계급’은 악화되는 실업 문제에 직면해 약화되고 만다.
취업 노동자들의 과도 노동은 실업 노동자들의 수를 늘리고, 역으로 늘어나는 실업노동자들의 압력 때문에 취업 노동자들의 과도 노동은 심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공장 문 밖에서 아무리 낮은 임금으로라도 취업해 먹고살려는 실업자들이 득실대는 상황에서는 취업 노동자들 또한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 노동강도 증대를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취업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완화 투쟁”은 단순히 취업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일자리를 늘리는 투쟁이기도 하며, 따라서 “노동자계급”적인 행동이다. “노동강도 완화 투쟁과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만약 취업 노동자들이 옳게 제기하고 단호하게 밀어붙인다면, “일자리 나누기”와 합류하게 되며 노동자계급의 일원으로서의 영웅적 행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단 이 경우 ‘신규 일자리’는 절대로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충원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투쟁이 결합되어야 할 것이다.
그 역도 사실이다. 노동강도 완화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 결과 실업자들이 줄어든다면 이제 실업자들이 취업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압력도 경감하게 되므로 취업 노동자들은 더욱 과감하게 임금 투쟁을 전개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취업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완화 투쟁, 노동시간 단축 투쟁”과 실업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장 투쟁”은 하나로 합쳐지면서 서로를 고무해야 하는 것이다.
노동강도 완화 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노동조합이 없어서 노동자들의 저항 능력이 부족하다면, 자본가들은 상대적으로 노동강도 증대 압력을 덜 가한다. 왜냐하면 이 경우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도 자본가들은 이윤을 충분히 늘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존재하고 임금투쟁과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강화한다면, 자본가들의 탈출구는 노동강도 증대와 함께 노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생산성 향상 작업)으로 집중된다. 노동강도를 높여서 고용하는 노동자 수를 줄여 임금 비용을 낮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된 사업장의 가장 중요한 투쟁은 바로 이 “노동강도”를 둘러싼 투쟁으로 집중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운동이 주로 임금에만 집중된 결과, 노동시간과 노동강도 측면에서 성과를 도둑맞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가령 잔업과 특근, 야간 노동 등을 통해 임금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 경우 노동시간 단축은 껍데기 뿐이며, 실제로는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다. 심지어는 임금을 위해 잔업과 특근, 야간 노동을 보장하라는 요구까지 등장하게 된다.
이것은 임금 투쟁과 노동시간 단축 투쟁이 나란히 전진해야 함을 가르친다. 임금 투쟁이 기본급 인상 중심으로 단호하게 진행되면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잔업과 특근, 야간 노동의 철폐를 지지할 것이다. 반대로 잔업과 특근, 야간 노동 등의 장시간 노동을 철폐하기 위한 투쟁이 본격화되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임금 인상 투쟁과 마주치게 된다. 어느 한 분야에서만 허점이 발생해도, 두 투쟁 모두 약화된다.
이는 노동강도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우선 노동강도는 노동시간 문제와 아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노동시간이 늘어나면 노동자가 피부로 느끼는 노동강도는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노동시간 단축 투쟁이 성공하면, 자본가들은 노동강도 증대로 반격하므로, 만일 노동강도 완화 투쟁이 결부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은 투쟁의 성과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된다.
따라서 노동강도를 둘러싼 투쟁 또한 철저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그럴 때만 단결하여 투쟁한 성과들을 도둑맞지 않고 ‘전체로서의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 왜냐하면 노동강도 완화를 둘러싼 투쟁이 없다면, 실업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대로 취업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강도 완화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의 깃발을 높이 올림으로써 노동자계급으로서 형제들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
노동강도를 둘러싼 투쟁의 원칙은 간단하다. 어떠한 형태이든 노동강도 증대에 반대하는 것이며, 절대 임금과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보호를 노동강도 증대와 맞바꾸지 않는 것이다. 또한 노동강도를 완화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받아들이라는 그 어떤 요구도 거부하면서,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정규직으로의 인력 충원”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다.
나머지는 노동조합 투쟁의 원칙과 똑같다. 노동강도를 늘리려 한다면 강력한 현장투쟁으로 박살내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강도를 둘러싼 투쟁은 현장 통제와 정면으로 부딪힌다. 대개 부서별로 편차가 있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노동강도는 임단협 투쟁의 사안과는 구별되는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부서별, 직종별, 지회별로 들어오는 공격의 양상을 취하는 것이다.
또한 이 노동강도 문제는 관리자들의 노동 통제와 마주친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관리자들이 강요하는 노동강도 증대에 맞서 ‘노동 과정을 노동자에게 불리하지 않게 조직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현장통제 투쟁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노동강도 투쟁은 현장의 곳곳에 포진한 현장활동가들의 일상적인 실천을 더욱 절실하게 요구한다.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일어나던 노동강도를 둘러싼 현장투쟁을 노동조합이 엄호하고 전체 현장 투쟁으로 지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으로 노동강도를 둘러싼 투쟁은 “근골격계 질환을 비롯한 노동자의 건강권 쟁취 투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산재 판정과 요양 투쟁을 통해 노동강도 증대가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질병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노동강도 증대의 ‘결과’에 대항한 투쟁이지, ‘원인’에 대항한 투쟁은 아직 결코 아니다. 노동자는 불구가 되고 질병에 고통받기 전에, 그것을 야기하는 환경에 맞서 투쟁할 필요가 있다. ‘원인’에 대항한 투쟁은 다름 아닌 “노동강도 완화” 투쟁이다.
이것은 곧장 “정규직으로 인력 대폭 충원” 투쟁을 요구한다. 자본가들이 산재 요양은 보내줄 수 있지만 인력 충원은 해줄 수 없다고 한다면, 노동자들은 ‘산재의 원인은 인력 부족에 따른 높은 노동강도에 있다’고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것은 곧장 ‘정규직으로의 인력 충원’ 아니면 ‘작업 물량과 속도 감축 투쟁’으로 이어진다.
또한 노동강도를 둘러싼 투쟁에서 노동자들은 단지 강도 증대 반대를 뛰어넘어 “인간다운 작업 조건 쟁취를 위한 노동강도 완화”의 공세적 깃발을 들어야 한다. 그 연장선에서 노동자들은 “자동화와 기계화” 등의 생산력 발전 성과들을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강도 완화’의 수단으로 쟁취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인력 충원 투쟁은 ‘고용 문제’와 직접 마주친다. 노동조합의 투쟁력이 약화되고, 도산의 위협에 맞닥뜨린 조합원들은 ‘지금은 인력을 충원해서 좋지만, 이후 불황이나 공황기에 물량이 줄어들면 누군가 짤려야 하므로 인력이 늘어나면 결국 나중에 우리의 고용을 위협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장활동가들은 고용안정은 노동조합의 단결 투쟁력에 달려 있으며, 만일 계속 수세적으로 나가면서 현장의 주도권을 잃어버린다면 불황과 공황기에 생존을 위해 야수화되고 악랄해지는 자본은 무차별적으로 해고할 것이며, 따라서 더욱 공세적으로 투쟁할 때만 이후에도 우리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음을 반복해서 설득해야 한다.
고용은 오직 노동자의 단결 투쟁을 통해서만 사수될 수 있으며, “한 발 물러나지 않으려면 세 발 앞으로 내딛어야 하며, 만일 그냥 그 자리에 멈춰 있으려고 하면 세 발 후퇴하게 된다”는 노동자 투쟁의 진리를 끊임없이 강조해야 한다.
나아가서 노동강도 증대에 따른 고통과 이후 정리해고에 대한 두려움을 “비정규직으로의 인력 충원”으로 해결하려는 후진적 사고들에 대해 철저하게 비판해야 한다.
자본가들은 불황과 공황기의 정규직 고용 안정을 핑계로 비정규직 도입의 불가피성을 말하지만 그것은 완전히 거짓말이다. 현자와 대우 모두에서 비정규직 해고 이후 정규직까지 정리해고했다. 게다가 정규직을 정리해고난 뒤, 그 자리를 다시 채웠던 것은 다름 아니라 비정규직들이었다.
결과적으로 불황과 공황기에 일어났던 일은 정규직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했던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의 고용안정은 공세적인 투쟁, 그리고 노동조합의 단결 투쟁말고는 없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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