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참 노동자의 눈

선물주는 낡은 관행, 누구를 위함인가?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7. 6. 4.

노조창립일 선물주는 관행 이제는 사라져야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반갑지 않은 선물을 주려는 모양이다.

아무리 잘 골라도 1만원짜리 창립기념일 선물이 좋을리가 없으며 그동안 지급했던 선물들이 값보다 질이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상조회' 정도로 여기고 선물 보따리나 안겨주는 곳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조 창립기념품을 선정하고 지급하는 시기가 되면 현장은 시끄럽다. 일부 현장조직들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이권조직으로서 한탕(?)하기 위해 바쁘게 움질일 것이다.

 

쌍용차노조는 노조창립기념품을 지급하기 위해 조합비 예산을 1인당 1만원 책정했으며 지부를 포함하면 5천만원이 넘는 셈이다. 년초 계획부터 예년과 같은 관행이 개선되지 못하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진정 조합원을 위함인지, 이권조직들을 위함인지 알 수가 없다.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는 대부분 영세업체들이 많아 기를 쓰고 노동조합에 낙찰을 받으려고 한다.

한번 낙찰을 받고 나면 "ㅇㅇ자동차노조에 납품한 회사"라는 신용이 생기고 사업이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ㅇㅇ자동차노조에 납품하기 위해 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납품단가를 낮추는 업체들도 있으며, 조합간부들과 외부에서 부적절한 만남을 시도하는 업체들도 생긴다. 뭉치돈과 권력이 있는 곳에 비리의 그림자가 스며드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드리는 조합원들이 많아졌다.

 

작년에 옥쇄파업하는데 특별기금 3억원 이상이 집행되었다. 

창립기념품 뿐만 아니라 투쟁물품을 구입할때도 많은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무엇보다 간부들의 높은 도덕성과 계급의식이 중요하다. 모든 영역에 비리가 개입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면 쌍용차노조가 비리문제에 대해서 절대로 자유롭지 못하다.

작년에 전,현직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가 터졌음에도 제도적인 재발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았고 스스로 정화하려는 노력도 미흡했다.

 

산별노조는 창립기념일에 선물지급을 하지 않는다.

기업별노조는 노조마다 창립기념일이 다르지만 산별노조는 똑같으며, 같은 노조 조합원인데 회사 사정에 따라 노조 창립기념품을 다르게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노동조합비는 '상조회'비가 아니라 '연대기금'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에게 선물로 돌려줄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연대기금' 등 전체 노동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럽의 산별노조에서 노조창립 기념일에 선물을 줬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기업별의 낡은 관행인 조합비를 선물로 되돌려주는 관행을 혁신하고 연대의 정신에 맞게 전체 노동자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노조의 역할이고 원칙이다. 

하지만 쌍용차노조 집행을 맡고 있는 정일권위원장은 '혁명은 커녕 혁신'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