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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는 언어다

'돈' 부족 케이블 TV "우리 어떡해"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8. 3. 29.
'돈' 부족 케이블 TV "우리 어떡해"
 
>> 방송가 내달 11일 ‘장애인 차별금지법’ 시행 앞두고 비상
  • ◇수화방송을 제공하고 있는 MBC 뉴스 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제공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장애인을 위한 자막, 수화, 화면해설 등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내용을 담은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행을 앞두고 방송계에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의 방송사업자가 재원 부족 등의 이유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이 발효될 경우 향후 소송사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지상파방송을 포함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위성방송 등 모든 방송사업자가 프로그램에 자막과 수화방송, 화면해설방송, 점자 변환 등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이 문제없이 방송 제작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다.

    당장 4월11일부터 법이 시행되지만 대부분의 영세 방송사업자는 재원 부족 등의 이유로 의무 이행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옛 방송위원회는 자막방송 장비를 도입하는 데 1억원이 들며, 방송채널 사용 사업자가 자막방송과 수화방송을 24시간 내보낼 경우 연간 140억원이 든다고 추정한 바 있다.

    케이블TV 방송협회 관계자는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자막과 수화방송 등을 하도록 하는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던 큰 변화인데, 지상파에 비해 재원이 부족한 케이블 업계에서는 준비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자막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1, 2곳 정도로 한정돼 있고 수화 인력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법안에 인터넷 방송(IPTV)은 포함되지 않고, 매체 특성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점자변환 적용까지 받는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이 늦어지는 등의 이유로 구체적인 시행방법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 측은 “지난 2월 방송사업자와 매체별 특성을 감안해 적용 방법을 달리하고 유예기간을 두도록 하는 예외조항 신설을 골자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당시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예외조항 전체 삭제를 요청해 조율 시기를 놓쳤다”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라 새로 등장하고 있는 IPTV 등도 향후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다뤄야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사업자들이 법 제정 후 충분한 준비기간이 있었는데도 법 시행이 가까워지자 이제 와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은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인권단체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법 시행 이후 방송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진정이나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 박옥순 사무국장은 “법이 제정된 지 1년 가깝게 의견 제시도 하지 않고 준비도 하지 않다가 지금에 와서야 갖은 핑계를 들어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방송사업자의 직무유기”라며 “법 시행 이후 자막, 수화방송 등을 이행하지 않는 주요 방송사를 대상으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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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역무 벗어난 장애인 TV서비스 개정 추진

정부, 연내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방침

정부가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장애인을 위한 자막, 수화, 화면해설 등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의 개정을 추진한다.

3일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장애인 단체 등과 협의를 거친 뒤 장애인의 방송시청 접근권을 보장하도록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개정할 방침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방송사업자의 역무 범위를 벗어난 부분이 있다"며 "정부 입법으로 장애인 단체 등과 협의해 연내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방송 역무를 벗어난 포괄 규정 때문.

지난해 4월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지상파방송을 포함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위성방송 등 모든 방송사업자가 장애인의 방송시청 지원을 위해 자막, 수화, 점자 및 점자 변환, 보청기기, 큰 문자, 화면읽기ㆍ확대프로그램, 인쇄물음성변환출력기, 음성 서비스, 전화 등 통신중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1년간 시행이 유예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행령은 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11일부터 발효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재정상, 인력상의 문제로 장애인 방송시청 지원 준비를 하지 않은 방송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고소나 고발 조치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올해 들어 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방송사업자가 지원하는 서비스의 범위와 수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효성에 논란이 일어왔다. 점자 및 점자 변환, 전화 등 통신중계 서비스, 인쇄물음성변환출력기 등 방송사업자가 원천적으로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또 지역 민영방송과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일부 방송사업자들은 매체별, 사업자별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데다 후발 방송사업자가 장애인 시청지원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준비되지 않은 채 일괄 적용된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화원 의원(한나라당)이 방송사업자별ㆍ방송매체별 특성을 감안, 의무 시행 및 적용 방안ㆍ유예 기간 등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예외조항 신설을 골자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관계부처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17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될 상황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영세한 유료방송사업자의 경우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법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라면서 "사업자나 업체의 재무 현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체 특성별, 방송사업자 규모별로 단계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옛 방송위원회는 자막방송 장비를 도입하는 데 1억 원이 들며, 방송채널사용사업자가 자막방송과 수화방송을 24시간 내보낼 경우 연간 140억 원이 든다고 추정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방송사업자들이 법 제정 후 충분한 준비기간이 있었는데도 법 시행이 가까워지자 이제 와서 재정 마련 등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은 책임 회피라는 비판과 함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의원입법으로 추진되는 바람에 관계 부처 의견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빚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개별 방송사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협회 차원에서는 지난해 12월에서야 비공식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올해 4월11일부터 시행된다는 사실을 옛 방송위원회로부터 전달받아 알았다"면서 "이 법은 제작지원 방안이 마련되지 못하는 등 방송사업자들의 현실을 감안해 유기적으로 추진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008.04.03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