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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분장'과 '옷차림'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8. 4. 3.

2008.4.3(목)

 

오전 11시까지 방송국에 갔다.

방송연설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국회의원 후보가 참석하질 않아 촬영은 늦춰지고 있었다.

 

방송 관계자들은 후보가 늦어지자 미리 김밥을 주문해 놓았고, 함께 김밥으로 점심을 대체하면서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연설 주인공은 현재 현역의원인 오산 통합민주당 안민석 후보다.

 

12시가 되어서 후보는 도착했고 김밥을 먹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후보도 자연스럽게 함께 김밥을 먹으면서 점심을 떼웠다.

 

잠시 휴식시간을 갖은 후 국회의원 후보의 메이크업이 진행되었다. 일상적인 절차이다.

본격적인 리허설은 오후 1시가 넘어서 진행되었다. 10분짜리 연설이지만 원고 분량이 많아 편집되었고 다시 촬영에 들어갔다.

 

발음이 틀리고, 잡음이 많이 나거나 시간 초과 등등 연설방송은 쉽게 완성되지 못하였다. 오죽하면 후보가 '미안하다' '한번만 다시 찍자'고 하면서 방송관계자들을 달래기도 하였다.

 

오후 2시 30분이 되어 모든 촬영은 끝났다.

 

방송 촬영을 하기 전에 대분분의 출연자들은 분장(메이크업)을 하지만 나는 늘 예외였다.

 

분장을 하지 않아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얼굴이 어둡게 나와도 내가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없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다. 둘째는 분장을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자연스럽고 얼굴에 뭘 바르는 것이 썩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는 분장사(?)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다.

 

통역를 할때면 늘 검은 계통의 양복차림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선다. 손의 동작(수화)가 잘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복(정장)은 어울리지도 않고 늘 어색하다. 원래 불편하기 때문에 양복은 특별(?)할때만 입는다.

 

아침에 회사 출근할때는 회사 작업복을 입고, 통역할때는 검은 계통의 양복을 입고, 저녁에 수화교육을 할때는 밝고 편안한 옷으로 바꿔입는다. 오늘처럼 일정이 많은 날이면 하루에 몇번씩 옷을 갈아 입는 것이다.

 

무슨 연예인도 아닌데 분위기에 따라 옷을 바꿔입는 것이 불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지혜로운 것인지는 모르지만 기계처럼 생활에 맞춰서 산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