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화의 발달과정
1980년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체계적으로 수화교육을 실시하는데 사용할수 있는 책이나 장소나 가르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겸비한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참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수화보급운동은 1981년 UN에서 정한 "장애인의 해"라는 모토에 힘입어 한국청각장애인 복지회와 한국농아인협회 조직을 중심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약 15년간에 걸쳐 3만명에 이르는 수화가능인력이 양성되었으며, 98년 현재 200여개(일반)와 100여개(대학)등 300여개 이상의 "수화동아리"가 전국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현장에서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구화주의자와 수화주의자의 논쟁이 계속되어 오는 동안 언어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하였던 수화는 1983년 12월 31일 제 3차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부터 청각장애학교에서 수화를 가르치도록 한 것이다.
수화교육의 발달사를 1.광복전후 2.1980년 전후 3.최근동향으로 대별하여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가) 광복전후
우리나라에서 수화가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조선 총독부 제생원 맹아부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광복이전 우리의 특수학교 교육은 평양맹아학교(사립)와 제생원 맹아부(국립)의 설립으로 비롯되었는데, 모두 외국인의 주도하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미국인 선교사 홀여사에 의해 청각장애인 교육(1909)을 시작한 평양맹아학교에서의 수화사용이 그 시효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상세한 문헌은 없다.
1913년 총독부가 제생원 매아부를 설치하고 수업 연한이 5년제인 아본과(啞本科) 학생들에게 일본 수화를 가르쳤다. 1920년 "조선농아협회"가 발족되었는데 이것은 청각장애인의 권익옹호를 위한 우리나라 특수교육 전문 단체였고, 이 단체를 중심으로 그 당시의 청각장애인들끼리 자생적 수화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광복이후에는 1946년 3월 동경에서 귀국한 정동섭에 의해 만들어진 "조선농아인협회"와 같은시기에 중국에서 귀국한 이윤희에 의해 만들어진 "대한농아협회"등 2개 단체에서 문맹 청각장애인퇴치운동을 위해 수화교실을 만들어 청각장애인을 지도하고, 수화를 통한 연극발표를 해 한국수화를 크게 발전시켰다.
그리고 1947년 4월 서울농아학교(현 서울선희학교) 초대 교장이였던 윤백원(尹伯元)에 의해 창안된 "한글지문자"의 보급으로 한국 수화가 정립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1980년 전후
1963년 서울 농아학교에서 국내 최초로 "수화"란 책자를 간행하였는데, 이것은 수화기호를 해설한 설명서이다. 이 수화책은 방법적, 인위적, 문법적 수화는 되도록 피하고 자연적 수화를 정리한 것인데 성인 청각장애인들의 관용적 수화와 표정으로 진행되는 것에는 손대지 않았다. 이 수화책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 사용되어 온 수화들을 모아 체계적으로 해설해 줌으로써 수화의 통일을 기해 보자는 목적에서였다.
종교단체에서는 처음으로 1978년 서울영락농아인교회에서 "우리들의 수화"란 책자를 손천식, 신동진 이외 몇 명의 청각장애인들이 중심이 되어 편찬하였고, 뒤이어 손천식의 "백만인의 수화(1984)", 강주해의 "종교수화(1987)", 문영진의 "새수화교실(1988)", 남순석의 "생활수화(1991),"밀알수화(1993) 등이 발간 보급되었다.
그리고 천주교에서도 별도의"종교수화(미사수화, 1993)"란 책자를 만들어 냈는데 이 책자는 기독교 수화와는 아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불교에서도 그 나름대로의 불교수화용어를 많이 만들어 불교청각장애신도들에게 지도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수화들은 청각장애인 사회에 널리 유포되어 사용되고 있다.
사회단체에서는 청각장애인모임의 큰 단체인 한국농아복지회(현 한국농아인협회)를 중심으로 만든 "사랑의 수화교실"이라는 사진집 책자를 1984년 국내 최초로 편찬 하였으며, 1994년에는 한국청각장애인복지회에서 장진석을 주축으로해서 그 책을 같은이름으로 보완.편집하여 편찬하였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수화교육 교재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1975년 청각장애인 교육 국제회의 이후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종합적 의사소통(Total Communication)의 영향 아래 학교교육현장에서도 1983년 "청각장애특수학교 교육과정기준"에서 처음으로 초등부 요육의목표에 지문자 및 표준수화를 바르게 사용하도록 하였으며, 1989년 서울 농아학교에서는 국내 최초로 의도적인 수화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수화를 교과목으로 채택하고 주1시간씩 지도하기 위한 학생지도용 수화교본 3권을 간행하였다.
또한 청각장애학교 4차 교육과정을 통한 TC의 이념적 수용, 장학자료"한글식 수화"의 편찬(1991), 중학부의 수화교재"수화1.2.3"의 편찬(1993-1995), 초등부 "국어4.5.6"에서의 수화의 도입 등의 조치를 통해 모두가 수화를 교육과정체제내에 끌어들이게 되었다.
(다)1980년대 이후 최근동향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기 시작한 수화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청각장애인들에게 사회적 문화적 복지써비스와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등 청각장애인의 권익옹호와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으로 수화교실을 1981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었다.
수화교실은 수화입문에서 통역까지 가능하도록 기초반, 중급반, 고급반 등으로 구분하여 교육하고 있으며 기초반의 경우 청각장애인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와 문법적 수화를 중심으로 교육하고, 중급반은 청각장애인의 특성과 심리상태와 자연수화(청각장애인식 수화)를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으며, 고급반에서는 어느 분야(행사, 강연, 의료, 법정, 교육, 직업, 문화)에서든지 동시통역이 가능할 수 있도록 모의 통역실습을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다.
참고로 수화교육을 실시하거나 수화통역봉사 동아리의 숫자가 해마다 점점 늘어가고 있는데 농아인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1998년 9월까지 수화교실을 수료한 인원이 약 3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초반기에는 여자가 많았으나 중반부터 점점 남자도 늘고 있다.
종교별로는 초반기에는 기독교 신자가 많았으나 요즘 천주교, 불교 신자가 많아지고 있지만 단연 기독교가 앞서고 있다.
그리고, 학력별로는 초반기에는 고졸자가 많았으나 중반부터는 대학 재학생과 고학력자가 차차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수화교육을 받은 후에 수화통역으로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의 수는 많지 않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나라의 수화역사는 80여년에 이르고 있었으며 최근 우리나라의 수화학습 인구는 3만명에 이르고 있다. 또한 수화관련 단체나 동아리도 전국에 250여 개가 넘을 정도로 양적인 팽창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언어학적, 교육학적 체제하에서 수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교육기관은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 80년대 이후 TC의 영햐을 받아 청각장애인학교 교육과정이 수화법을 받아 들이고 있으나 지도체계와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바가 없었다. 근래 수화지도를 위한 교재가 부분적으로 개발되었으나 그것은 어휘(수화 어휘)의 주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청각장애인학교 체제 안에서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나 그밖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화교육("수화강의" 또는 "수화교실")에서도 언어로서의 수화가 그에 걸맞는 지도방법을 갖추지 못하고 우리말에 수화 어휘를 얹어 쓰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수 없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권옹호와 인식제고는 물론, 사회적.시대적 요구와 변화를 촉진시키는 가장 필요한 방법은 수화교육 및 보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청각장애인들의 사회로의 참여확대와 평등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매체로서의 수화, 언어로서의 수화, 사회통합기능으로서의 수화에 대한 이해와 접근을 위한 수화교육방법론 (지도교사, 교육과정 운영 등)의 개선 발전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그래서 농아인협회에서는 "수화강사양성반"을 개설 운영하고 있는데 수화를 체계적으로 배움으로써 수화를 바르게 익혀 사용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강사를 양성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아무쪼록 이 글을 통해 수화를 배웠거나 배우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많은 일반 건청인들도 청각장애인과 수화에 이해를 더 깊게 할 수 있고 수화를 사랑하고 배우는 사람이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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