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난 삼성특검 ‘부실’…‘면죄부 특검’ 비난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7.04 00:15
삼성그룹 비리의혹을 수사했던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부실수사가 재판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증인으로 나선 시민단체가 나서 규명하는 등 삼성특검이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3일 특검팀과 법원 등에 따르면 특검팀은 수사과정에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전·현직 임원 등 258명의 명의로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지만 구체적인 차명계좌 내역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한 시민단체의 분석에 의해 전직 임원 중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이 된 인사들이 퇴직 후에도 차명계좌를 계속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 추가로 드러났다. 지난 1일 열린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퇴직 임원 52명 중에는 전직 장관과 정치인, 경제단체 회장, 경제단체 부회장, 회계법인 부회장, 일간지 전 대표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퇴직시 '수고했다'면서 임원이 보유한 차명계좌를 본인 것으로 전환해 주는 경우가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누가 이런 상황에 해당하는지를 밝히기 위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팀 관계자는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이 된 퇴직 임원들이 보유한 계좌가 삼성 측이 제공한 '대가성 있는 자금'일 가능성에 대해 의심은 했다"면서도 "시간이 촉박해 모든 명의인을 조사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김영희 변호사는 "공직자가 된 후 차명주식을 반납 안하다가 전환이 이뤄져 본인 소유가 됐다면 결국 이 전 회장과 함께 공범관계가 된다"면서 "전환이 안됐더라도 본인이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조세포탈죄에 대한 방조죄도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 이병철 회장 시절에 삼성생명 등의 주식이 차명으로 전환됐고 상속을 통해 차명주식을 이 전 회장이 소유하게 됐다는 삼성 측 해명과 이를 수용한 특검팀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고 이병철 회장이 작고(1987년)한 이후 유상증자(88년)를 실시했는데 이때 최대 주주였던 신세계와 제일제당이 유상증자 배정분을 실권했다. 이는 특검팀 수사 발표때 포함돼 있지 않은 새로운 내용이다.
김 소장은 "차명주식 전환 작업은 선대(이병철 회장 때)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이건희 전 회장 시절에도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삼성의 주력 업체였던 삼성생명 주식을 최대주주 2곳이 동시에 실권한 것은 그룹 차원의 지시와 공모가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실권주 인수 과정에 이 전 회장의 차명 명의인이 이용됐다는 것을 삼성 측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자료 확보가 가능한 94년 자료부터 수사를 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김 소장은 "일개 시민단체가 알아낼 수 있는 내용을 특검팀은 막대한 예산과 수사인력을 투입하고도 밝혀내지 못했다"면서 "부실수사에 이어 재판까지 성의없이 진행하고 있는데 누구를 위한 특검이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 조현철·박홍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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