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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노동자의 눈

희망없는 '절망퇴직' 합의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8. 11. 4.

희망없는 '절망퇴직' 합의

 

비정규직 관련한 노사합의안이 오늘(11/4) 기습적으로 합의되었다.

그동안 9대 집행부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하였던 기조를 스스로 번복한 것이다. 출범이후 총고용을 최우선 가치로 '절대고용'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버텨왔지만 임기말에 무너지고 말았다.

 

9대 집행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그 흔한 간담회나 의견수렴도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갖고 저자세로 협의에 임했다. 처음부터 현장조직력을 바로 세우고 투쟁을 준비하지 못한체 협의에 매달린 결론은 희망없는 인위적인 '절망퇴직' 합의로 귀결된 것이다.

 

9대 집행부가 상하이 자본에게 경영실패의 책임과 귀책사유를 제대로 묻지도 못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한 것은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사기친 셈이다. 

 

 

대책없는 휴업도 정리해고의 유예일 뿐이다.

 

'휴업'이라는 개념은 회사의 귀책사유로 일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휴업기간 이후에는 복귀하는 것이 당연하며, 그렇지 못하더라도 '휴업'이 재연장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휴업기간을 명시하지 않고 대책도 없는 '휴업'은 정리해고(또는 계약해지)를 몇개월 유예시킨 것에 불과하다. '총고용' '절대고용'이라는 약속은 결국 '정규직 조합원만 해당된다'는 것으로 쫑이 났고, 9대 집행부의 노사협조주의는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똑같은 인간이고 노동자이며, 쌍용차의 구성원이다.

정규직보다도 더 열악하고 힘든 공정에서 자신과 가정, 그리고 쌍용차의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왔다. 약자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희생시켜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비정규직의 희망없는 '절망퇴직'은 정규직의 근로의욕 저하는 물론이고 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불러올 것이다. 9대 집행부의 임기말 자포자기식의 구조조정 합의를 강력히 규탄한다!

 

 

더러운 유착(?)관계가 노동조합 역할에 발목을 잡고 있다!

 

쌍용차지부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수세적으로 협소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원 및 간부들의 소신이 문제일까! 아니면 사회적 약자일 수 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의 '방패막이'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활동가 또는 조합원들마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데 걸림돌이 정규직 조합원들의 현실적인 정서를 운운한다. 물론 정규직 조합원들의 일반적인 정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걸림돌이 있다.

쌍용차지부와 하청업체가 어떤 관계인가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명절때만 되면 하청업체로부터 티켓(상품권)을 직접 받거나 구입명목으로 업체별로 수십만원씩 받아 왔다.(물론 모든 조합간부들이 받았다는 것은 아니다)

 

ㅇㅇㅇ 임원은 이 같은 사실은 인정하기도 했다.

"티켓정도는 괜잖은 것이 아니냐"면서 관행이었다고 말한다.

 

이쯤되면 노동조합이 연대하거나 눈치보고 신경써야 할 대상이 하청업체 사장들인지, 아니면 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요구보다는 업체 사장단의 요구를 정당한 요구인양, 결국 받아드린 '절망퇴직' 합의도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비리로 얼룩진 7,8대 지도부를 거쳐 당선된 9대 집행부도 도덕적으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하청업체와 노동조합의 부적절한 유착(?)관계와 상납구조는 분명히 사라져야 함에도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노동조합 임원선거때면 구성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선거자금보다 업체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쓰는 선대본도 있다. 소수이겠지만 이렇게 업체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장조직이나 활동가들이 노동조합의 도덕성과 자주성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 운동의 생명과도 같은 '도덕성'과 '자주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를 더 이상 외면하거나 부정해서는 안된다. 비도덕적인 낡은 관행이 노동조합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제 역할을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는데 언제까지 조합원 정서 탓만 할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