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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노동자의 눈

'근무시간 단축'으로...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8. 12. 14.

안녕하세요.

저는 1989년에 쌍용차에 입사했습니다.

그때에는 '간접고용'이니 '비정규직'이니 하는 용어도 없었고, 모두가 정식직원이었습니다. 모든 일자리가 정규직이었던 셈이죠!

 

입사시점부터 현재까지 노동조합 활동도 정규직 노동자들 중심으로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것이었고 그 결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제적 지위나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위험하고 힘들고 더러운, 이른바 3D 공정은 물론이고 정규직이 일하던 라인이나 공정까지 신규 일자리는 모두 비정규직으로 채워져 왔습니다.

 

지금 현재는 어떻습니까?

2004년말 중국 상하이자본이 쌍용차를 헐값에 인수하더니 약속했던 투자는 하지 않고 기술만 빼가고 신차 및 기술개발은 항상 뒷전이었습니다. 신차출시가 늦쳐지고 경제위기에 따른 수출 및 내수시장 위축은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고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나 1차적으로 일자리를 빼앗기는 등 희생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약 2년전 2006년 겨울에도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 약 500여명이 쫓겨났고, 2008년 올 겨울에도 벌써 강제적인 휴업과 희망퇴직으로 35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지금보다 내년엔 더 힘들거라고 하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릴지 아무도 모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권리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을 하면서 교섭을 요구해도 원청회사나 하청업체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아예 무시하고 있습니다. 정규직은 사내에 천막을 쳐도 괜잖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천막조차도 설치하지 못하게 사내로 진입할때부터 통제받고 있으며 차별의 범위는 노조활동의 방법까지 제한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본과 보수 정치세력들이 만들어 놓은 법과 제도를 통해서 노동자들을 분리, 통제, 착취하기 위한 만든 비정규직 노동을 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른 척 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해 온 결과 지금은 전체 노동자들 중에 50%가 휠씬 넘는 850만명으로 확대되었고, 노예와도 같은 비정규직 삶은 미래의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옮겨지고 있습니다.

 

심각한 노동의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고 내수 진작을 통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의 질 높은 일자리는 유지 확대되어야 하지만 현 정세를 볼때 쉬운 일은 절대 아닙니다.

 

따라서 생산능력에 비해 판매량이 축소될때마다 실시되는 '계획정지'나 '순환휴직' '휴업' '인력축소'로 이어지는 자본의 구조조정에 수세적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유지 및 확대할 수 있는 '근무시간 단축'이라는 공세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판매량이 줄어들면 들수록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더 줄여 일자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시적으로 근무시간을 줄여서 삭감되는 임금은 기꺼히 감수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물론이고 더 많은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인 차별적인 희생에 대해 당당히 거부하고 평등하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입니다. 무엇이든지 함께하면 기쁨은 늘어나고 어려움은 줄어든다고 합니다. 함께 합시다!

 

* 이 글은 다산인권센터 라디오 공개방송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