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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노동자의 눈

87명 중 43명!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9. 2. 24.

 

87명 중 43명 불참!

 

쌍용차지부 대의원들이 집회에 불참한 숫자다. 49%다.

 

지난 18일 '산업은행 긴급자금 투입촉구 결의대회'에 쌍용차지부 간부들이 서울로 상경했다.(쌍용차지부 쟁대위 속보 09_18호 참조) 서울 상경집회에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거나 조직하는 것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어 간부들의 선도적인 실천들이 필요하다.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의 참여율을 높이고 조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불참자 명단 공개'를 결의했다고 들었다. 아주 잘 한 일이다.

 

그동안의 관행을 보면 참석한 대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하였다. 참석한 대의원들의 수가 불참한 대의원들의 수보다 작아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집회에 참여할수록 참여자 명단이 공개되어 '사측이나 정권에 찍히는 거 아냐?' 하는 부담 및 압박을 받았다는 하소연도 들었다.

 

회사측의 일방적인 복지중단 및 폐지와 임금체불이 일반화되고 있는 쌍용차의 현실속에서 마지못해 이해하는 조합원들도 있지만 노동조합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되는 무책임한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 노동조합이 경영에 참여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4년동안 상하이 자본의 '투자약속 불이행'에 따른 경영위기와 노동조합의 소극적인 대응이 불러온 결과이기에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해온 상하이 자본과 경영진에 속아주면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노동자들의 미래와 희망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대응에서 찾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회사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없이는 노동조합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죽기를 각오한 저항뿐이다. 

 

조합원들의 분노와 단결된 힘을 현장에서부터 조직하고 생존권을 위협할시 완강한 저항을 하기 위해서는 대의원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쌍용차지부 2기 지도부 상집간부들의 헌신적인 활동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주말이나 휴일도 없이 집에도 번갈아가며 들어가는 등 주어진 업무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 안스러울 정도다.

 

임원선거를 통해서 상집간부들이 바뀌었고 활동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대의원들이 바뀔 차례다. 대의원들의 헌신적인 참여없이 현장은 조직되지 않는다.

 

대의원의 역할이 필요할때 제 역할을 하지 않거나 투쟁이 필요할때 투쟁을 회피하는 대의원들은 자격이 없다.

 

쌍용차지부 2기 지도부는 모든 특권과 기득권을 버린다고 했다.

임원들이 나서고 인선된 상집간부들이 실천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의원들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과거의 낡은 관행속에서 달콤한(?) 꿈을 꾸고 있다면 정신차리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임원 런닝메이트 축소, 대의원 수 축소 및 중선거구제도 도입, 금속대의원의 역할 및 위상 강화, 1사1노조 규정 마련, 시간할애 원칙 준수, 일하지 않는 간부 현장 복귀 등 노동조합 내부의 혁신과제는 너무나도 많다.

 

어려울수록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도 잘 살펴야 한다. 정규직이 기침하면 비정규직은 감기에 걸린다고 한다. 우선해고 및 차별적인 고통분담을 용인해서는 안된다. 비정규직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정규직의 주장이나 투쟁은 그만큼 정당성을 잃기 때문이다. 

 

쌍용차가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이 조합원 및 시민들에게 지지받고 사랑받는 조직으로 가듭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도 올바르게 거듭날 수 있다. 숙명적인 이길에 대의원들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