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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노동자의 눈

겁 먹을 필요가 없다!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9. 4. 13.

 

사측이 2,650여명의 인력감축안을 내놓은 이후 조합원들의 긴장이 한층 높아졌다.

관리직을 빼면 현장은 둘 중에 한 명은 내보내야 한다는 얘긴데....회사측의 의도대로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대규모 인력감축안은 회사를 살리겠다는 자구안이 아니라 인력을 줄이면서 버티다가 재매각 또는 청산과정으로 가겠다는 것일 뿐이다. 물론 법원에서 선임된 법정관리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최선의 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의 최종적인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아니 쌍용차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바꿔내야 한다.

 

노동자들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볼 수 있는 쌍용차지부가 당당히 버티고 있으며,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회사측은 '친기업 프렌들리'를 외치는 이명박 정부와 공권력을 믿고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노동조합에서 받아드릴 수도 없는 자구안이지만 인위적으로 막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회사측이 인력감축안을 강행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팔뚝질' '투쟁'만 한다고 철회되는가? 위력적인 집회한다고 철회되는가?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이 연대한다고 철회되는가?

 

현장에선 '옥쇄파업'이니, '공장점거'니 등등 강력한 투쟁만을 주장하는 '강경파'들도 있다.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

쌍용차 구성원들의 힘으로 전경이나 특공대, 또는 무장한 군대 등 공권력과 물리적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주장하는 것은 망상일 뿐이고, 새빨간 거짓말이다.

 

많은 시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천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답은 간단하다.

동료를 위해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용기와 실천만 담보된다면 회사측의 인력감축안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먼저, '정리해고자 생계비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쌍용차를 살리기 위해, 그리고 살아 남은 동료들을 위해 누군가 희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측의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저항은 저항대로 하더라도 고통을 구체적으로 함께 나눌 실천들이 필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정리해고된 동료들의 최저생계비를 살아남은 조합원들이 지원하자는 것이다. 살아 남은 구성원들이 30~50%의 급여를 복직할때까지 지원하면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지금은 생계비 지원방안에 대해서 논의하고 준비할때다. 먼저 상집에서 결정하고 대의원대회에서 보완하여 결의하고, 조합원들에게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서명 또는 각서를 개개인에게 받아놓으면 될 듯하다.

 

그리고 정리해고자들의 '조합간부화' 방안이다.

현재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2기 상집간부들의 숫자는 30여명으로 1기 지도부와 비교하더라도 상당히 줄어든 숫자다.

 

회사측이 정리해고를 강행하면 해고자들 중에 복직의사를 포기하지 않은 모든 조합원들을 노동조합 간부로 임명하고 '세상을 바꾸는 전도사(?)'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동안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로서 누려왔던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사회적 연대를 통한 사회적 복지를 확보하기 위한 실천들이 필요하다.

 

학자금, 의료비, 퇴직연금 등 대표적인 기업별 복지제도를 저소득층 비정규직 노동자들부터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방자치 예산을 확보해 나가는 운동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장안에서 매년마다 임단협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삶을 향상시켜 왔듯이, 이러한 경험으로 지역에서 공공예산을 확보해 나가는 실천들을 통해서 더 많은 시민들과 연대할 수 있고, 지역사회를 바꾸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싸움의 전술도 단순함을 넘어 지혜롭게 전투를 준비하자.

전체가 아닌 휴업자 또는 정리해고자 중심의 유연한 싸움이 지치지 않고 오래갈 수 있다. 

 

지역의 정치인(시의원,도의원,시장,국회의원 등)들에게 쌍용차 해법에 대한 입장을 서면으로 공개질의하고 답변을 요구해야 한다.

 

지역 정치인들이 지역민들의 생존권과 지역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지역 정치인들이 상하이차 또는 친기업 입장인지, 친노동 입장인지 확인하고 심판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세상을 바꾸는 실천이나 투쟁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규모 인력감축안에 대한 노동자들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보자. 겁 먹을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