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중동이 뭐길래

‘PD수첩’ 법정에 세운 건, 검찰 아닌 ‘조중동’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0. 12. 5.

‘PD수첩’ 법정에 세운 건, 검찰 아닌 ‘조중동’
“조중동 대응, 정부 여당보다 빨랐다”

 

지난 2008년 4월29일, 미국산 쇠고기광우병 위험성을 다룬 MBC <PD수첩> 방송이 나간 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PD수첩>을 향한 악감정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중동이 지면을 털어 <PD수첩>의 사소한 실수까지도 ‘과장’ ‘왜곡’ ‘선동’이라는 일종의 ‘프레임’을 제시하면서 맹렬한 비난을 시작하면,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에 맞춰 대응하기에 바빴다. 조중동은 한나라당과 정부보다도 한 발 앞서 보도의 문제점, 수사 방향 등 <PD수첩> 보도와 관련한 거의 모든 의제를 섭렵하는 ‘신공’을 보이기도 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그리고 일부 인터넷 언론이 반격에 나서긴 했지만, 조중동과 한나라당, 정부 등 똘똘 뭉친 보수세력들의 힘 앞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3일 오후 3시50분, 서울 서강대 가브리엘관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주최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언론 보도와 PD수첩 재판,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에서는 ‘조중동이 어떻게 <PD수첩>을 법정에 세웠는지’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 12월3일 오후 3시50분, 서울 서강대 가브리엘관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주최로‘미국산 쇠고기 수입 언론 보도와 PD수첩 재판,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송선영  

 

조중동이 <PD수첩>에 대한 방향 제시하면, 정부는 이에 화답

 

발제를 맡은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조중동이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PD수첩> 방송의 문제점, 나아가 수사의 방향을 제시했으며, 이후 정부 관계자들은 조중동의 보도에 화답(?) 하듯 <PD수첩>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쏟아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08년 4월29일 <PD수첩> 방송이 나간 뒤, 동아일보는 5월1일 기사를 통해 <PD수첩>의 문제 제기를 ‘괴담’ ‘괴소문’으로 다뤘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외부 칼럼을 통해 <PD수첩> 보도 내용을 반박했으며, 2일에는 사설을 통해 “오해가 쌓여 광우병 공포심이 극대화 되고 있다”고 하는 등 ‘소문’으로 치부하기에 바빴다.

 

조선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조선일보는 5월2일 대대적인 보도를 통해 이러한 광우병 ‘괴담’의 진원지로 <PD수첩>을 지목했다. 또, ‘반미 세력의 선동’을 언급하면서 “한미FTA 세력들이 광우병 위험이라는 포장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와 ‘반미 선동’을 교묘하게 함께 싸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사옥 ⓒ미디어스 

 
   

 

조중동의 ‘적극적’인 보도 이후, 정부는 <PD수첩>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했다.

정부는 5월2일,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서 “일부에서 확실한 과학적인 근거 없이 제기하는 안전성에 관한 문제들이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적으로 <PD수첩>을 문제 삼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논리로 접근해 사회 불안을 증폭시켜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나라당이 <PD수첩>을 향해 쏟아낸 발언들은 조중동 지면과 무척이나 흡사했다.

당시 안상수 원내대표는 “광우병 공포감이 인터넷과 일부 지상파 방송을 통해 과장되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했다. 5월6일 국무회의에서도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 이영희 당시 노동부 장관, 정운천 당시 노동부 장관 등은 “일부 언론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조중동의 프레임대로 말했다.
 
조중동의 주문에 화답하듯, 결국 농림수산식품부는 언론중재위원회에 <PD수첩> 방송에 대한 정정 및 반론보도를 청구했다. 또 검찰과 경찰은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는 ‘광우병 괴담’에 대해 형사처절 방침을 밝혔다. 대검찰청은 긴급 회의를 열어 법리 검토와 수사는 검찰이, 수사는 경찰이 각각 맡기로 했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나선 조중동

 

검찰이 2008년 6월 경, <PD수첩>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자 조중동은 적극적인 협조 태세에 나섰다.

조중동은 검찰이 수사 중간 중간에 ‘흘린’ 주장들을 주요하게 보도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PD수첩> 보도가 의도적인 허위, 왜곡”이라고 연일 주장했다. 더 나아가 <PD수첩> 제작진을 향해 “떳떳하다면 검찰에 자료제출하고, 검찰에 출석조사를 받으라”고 말하기도 했으며, 검찰을 향해서는 더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조중동에게 ‘언론의 자유’ ‘취재원 보호’ 따위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PD수첩> 방송 일부 번역에 참여한 번역가 정지민씨의 발언도 조중동에겐 주요한 기삿거리였다. 정지민씨가 2008년 6월, <PD수첩> 방송에 대한 ‘의도적 오역’ 주장을 내놓자 조중동은 대대적으로 보도에 나섰다.

 

김유진 사무처장이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는 지난 2008년 6월26일부터 2010년 2월27일까지 약 37개의 기사를 통해 정지민 씨의 주장을 다루거나 언급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기간 동안 약 42개의 기사를 쏟아냈다. 중앙일보도 같은 기간 동안, 약 24개의 기사를 통해 정 씨의 주장을 언급했다.

 

조중동의 활약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1월, <PD수첩> 1심 공판에서 문성관 판사가 제작진 전원에게 ‘무죄’ 선고를 내리자, 조중동은 문 판사의 얼굴을 공개했다. 또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유죄’를 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사의 이념을 문제 삼으며 막무가내로 꾸짖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일,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가 “방송 가운데 일부 ‘허위’가 있다”면서도 ‘무죄’를 선고하자, 무죄 보다는 ‘허위’에 초점을 맞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김유진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PD수첩>에 대한 조중동의 대응이 정부의 대응보다 빨랐다”며 “조중동이 <PD수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아이디어 다 준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또 “<PD수첩>은 정부의 정책 비판한 것인데, <PD수첩>을 향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식의 왜곡된 방식으로 의제가 흘러갔다”고 지적했다.

   
  ▲ 2008년 4월29일 방송된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  

 

“조중동, <PD수첩>과 관련해서는 언론자유 부인… 모순”

 

조중동이 ‘언론 자유에 대한 믿음’과 ‘공적인 사안에 대한 감시의 필요성’ 등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토론자로 참여한 윤태진 연세대 교수는 “공적인 감시를 위해 언론 자유의 폭을 상당히 넓히는 게 최근 추세임에도 조중동은 ‘언론 자유에 대한 믿음’과 ‘공적인 사안에 대한 감시의 필요성’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며 “이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 의식이 아닌, 정치적 성향과 자사 이익, PD저널리즘에 대한 반감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즉, 저널리즘과는 무관한 다른 이유로 공적 감시 필요성, 언론자유를 부인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정작 조중동이 자신들의 이익에 위협이 되는 사안이 발생했을 때 가장 무기로 활용하는 게 ‘언론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라고 일갈했다.

 

그는 그러면서 “조중동이 보도의 사실성 여부를 법원에 의존하고, 법원만 바라보고 있는 게 안타깝다”며 “1심 판결에서 쟁점모두 사실이라고 판결되었을 때 조중동이 격하게 반응한 것은 자신들이 가장 믿고 따르는 법원 판결을 부정한 것으로, 이는 굉장히 큰 모순이다. 사실에 대한 엄격한 기준조차 없다는 얘기”라고 비난했다. 

 

(폄) 미디어스...http://www.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