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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노동자의 눈

쌍용차 수원중앙영업소 앞에서 무슨일이 있었나?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1. 5. 13.

 

 

 

쌍용차영업소 앞에서 중식시간 '1인시위'를 하기 위해 나섰다.

잠깐 민주노총에 들러 '마녀'님(사무처장)에게 물었다. '오늘도 동시다발적으로 쌍용차 1인시위를 하는 것입니까?'...

대답은 'NO'

 

노동조합 차원에서 '1인시위'를 조직한 날이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1인시위'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마녀'님이 함께 점심을 먹자고해서 함께 먹고 '1인시위'를 하러 쌍용차 영업소로 갔다.

원래는 쌍용자동차 서수원영업소로 갈려고 했으나 '마녀'님이 수원시청사거리가 사람도 더 많다고 하면서 추천(?)하여 장소를 옮겼다.

 

수원중앙영업소 앞 도착시간은 오후 1시 20분이었다.

전에 제작했던 '1인시위' 피켓을 들고 서 있는데 바람이 원수다. 바람의 세기는 피켓을 들고 서 있기가 불편하였고, 바람에 밀릴정도로 세게 불었다.

 

약 1시간 정도 시위하고... 당구를 치고 싶어졌다.

ㅇㅇㅇㅇ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심심한데 바쁘지 않으면 당구나 치자고...답변은 일이 있어 곤란하단다...ㅠㅠ

 

'1인시위'를 한지 1시간이 넘어 그만해도 됐었지만... 불필요한 자존심(?)이 발동했다...

그 이유는 대낮에 함께 놀아줄 사람도 없고...특별한 약속이나 일정이 없어 갈 곳도 없었다. 집으로 가서 낮잠이나 잘까 고민도 했다. 다른 영업소에서 '1인시위'를 할때는 영업소에서 일하는 분들이 다가와 말도 시키고, 피켓도 구경하고, 고생한다면서 쉬었다 하라고 격려도 해주는 곳도 있었다. 아니 커피를 타주는 곳도 있었다...ㅋㅋ

 

그런데 수원중앙영업소에서는 정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관심을 보이면 인증샷도 부탁할려고 했는데...그렇다고 영업소 안까지 들어가서 '사진찍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지는 않았다.

 

심술(?)이 생기기 시작했다.

2년전에 쌍용차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할때 영업소(대리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평택공장까지 찾아온 적이 있었다.

쌍용차의 지침(?)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지만... 영업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쌍용차를 판매해야 되는데 공장에서 차는 만들지 않고 영업을 못해 생계를 꾸려갈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도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나름 판단했던 것이다.

 

파업 당시 영업하는 사람들이 회사측에 붙어 '정리해고' 투쟁을 왜곡하고 불신하였던 생각을 하다보면 없었던 감정(?)마저 치밀어 오른다. 

악질적인 영업소를 정하여 영업에 타격을 줄수 있는 '시위나 집회'를 해볼까 고민도 했다. 그렇지만 감정적인 시위는 내 자신(건강)에게도 좋지 않고 이길 수도 없음을 알기에 냉정을 찾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저녁일정이 있지만 시간은 많이 남았고... 언제까지 '1인시위'를 할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원수다. 불어도 너무 분다. 피켓을 잡은 손가락과 팔은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람때문에 '1인시위'를 중단하고 싶지는 않았다. 중단할 명분(?)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KBS방송통역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이란다.

 

아내를 불렀다. 아니 놀아줄 사람도 없고, 특별히 할일도 없는데 당신이 영업소로 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1인시위'는 아내가 올때까지 지속하는 것으로 결심하고, 바람과 싸우면서 지속되었다. 오후 3시 30분이 넘어서 아내가 도착했다.

인증샷도 찍고...'1인시위'를 마쳤다.

 

바람만 불지 않았으면 휠씬 수월하게 '1인시위'를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