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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법원에서 벌어진 황당한 일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1. 7. 7.

 

 

수원법원으로 통역하러 갔습니다.

법원 입구에는 여러 공사로 어수선합니다. 민사법정 211호에 미리 도착하여 재판일정,사건번호 등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고 농인 얼굴을 몰라서 문자를 했습니다.

 

잠시후에 농인에게 문자가 날라왔습니다.

"죄송합니다포기했습니다제가연락을드렸어야하는데잘못했습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재판을 포기했다는 말인지, 수화통역 의뢰를 포기했다는 것인지...잠시 머뭇거리고 있는데 낯선분들이 수화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혹시(?) 의뢰자일 것으로 판단하고 지켜보았습니다. 농인이 또다른 수화통역사와 함께 온 것입니다.

 

약간씩 비가 내리는 궂은 날 오전부터 허탕친 셈인데...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농인이 늦었지만 문자를 보내왔고, 잘못을 시인했기 때문입니다.

 

재판결과는 농인(원고)이 승소했습니다.

20분만에 법정을 빠져 나오면서 허탈한 감정을 짓누르고 전후사정을 알아 보았습니다.

 

수화통역센터와 수화통역을 의뢰한 농인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작은 오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수화통역을 다니다보면 황당한 경험을 가끔 하는데 대부분이 의사소통의 문제입니다. 농문화를 익히 알고 있는 수화통역사임에도 농사회에서 답답함(?)을 느낄때가 종종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