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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제7회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필기시험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1. 7. 11.

지난 토요일(9일) 서울과 대전에서 동시에 '제7회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필기시험'이 있었습니다.

시험장에서는 감독관이든 수험생이든 핸드폰을 모두 수거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핸드폰을 차에 두고 시험장에 들어섰습니다. 매년마다 시험감독을 하기 위해 참여한 수화통역사들을 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기쁨입니다.

 

수화통역사 시험은 1차 필기시험(장애인복지, 청각장애인의 이해, 한국어 이해, 수화통역의 기초)과 2차 실기시험(필기통역, 수화통역, 음성통역)으로 구분됩니다. 1차 필기시험에 합격자들만 2차 필기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주어지며, 2차 실기시험에 합격되면 3차 합격자 연수를 받고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자격이 주어집니다.

 

수화통역사 시험장(한양공고)은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전혀 작동되지 않았으며, 공사때문에 시끄러워 창문을 열지도 못했습니다.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로 더위를 식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최측의 세심한 배려가 더욱 필요한 부분입니다.

 

시험 도중에 한 수험생은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합니다.

시험감독으로서 수험생들에게 배려를 해주고 싶어도 시험장의 규칙을 위반할 수는 없었습니다. 급한 사정을 상황실에 보고하였더니...소변 실수(?)를 감수하더라도 안된다는 것이 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상황실의 입장입니다. 약간의 융통성도 찾아볼 수 없어 답답해 보였습니다.

 

시험감독은 보통 2명이 하는데, 수험생들에게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시험장 뒷편에서 수화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시험장에서 감독끼리 대화를 신나게 나눌 수 있는 것은 수화통역사 시험장이 유일할 것입니다. 음성이 필요없는 수화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쁨입니다.

 

수화통역사협회에 대한 입장을 묻기에...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청인 중심의 사회에서 농인은 분명히 소수자입니다. 사회적 약자이기도 한 농인에게 수화통역사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농사회에서 수화통역사들의 인권은 어디에서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거에 수화통역사협회를 설립하기 위해 추진위원으로 활동한 적도 있었으며, 수화통역사들에게 수화통역사협회가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농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보류(?)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농인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수화통역사들의 권리를 찾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농인이 수화통역사협회 설립을 이해하고 흔쾌히 도와줄 수 있는 시기가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