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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세계농아인 배드민턴대회에서 점심 굶은 사연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1. 11. 1.

 

세계농아인 배드민턴 선수권대회가 열린 부천 실내체육관과 규모가 비슷한 수원 실내체육관 전경

 

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제3회 세계농아인 배드민턴선수권대회 일일봉사에 아내와 함께 참여했습니다.

주어진 역할은 의료통역이었습니다. 아내는 오전 10시부터 예약이 되어 있던 병원으로 통역 나가고...전 대기하고 있다가 12시쯤 자가용으로 5분 거리에 있는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으로 통역을 갔습니다.

 

인도네시아 코치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으며, 12시부터 면회(?)가 허용된다고 하여 시간 맞춰 갔습니다. 지병이 있었는데 '환영의 밤'이 열리는 첫날 과식을 하고 설사와 탈수로 인한 어지러움 등으로 입원해 있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병원비 부담때문에 더 이상 중환자실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담당 의사는 현재의 몸상태로 퇴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반대하였으나, 인도 코치와 보호자들은 오늘 당장 퇴원하여 내일 오전 비행기로 귀국한다고 하였습니다. 

 

병원에서 있는 흔한 의료통역이었지만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담당 의사나 간호사가 하는 말은 한국어 -> 한국수화 -> 국제수화 -> 인도어로 인도 코치와 보호자들에게 전달되고....다시 인도어 -> 국제수화 -> 한국수화 -> 한국어를  통해서 간호사나 의사에게 통역 되었기 때문입니다. 검사결과와 진단서를 끊어 달라고 하고 병원을 빠져 나왔습니다.

 

오후 2시쯤.

의료통역을 모두 마치고 경기장에 도착해서 선수들이 먹는 2층 식당(?)에 도착해 보니... 김밥과 빵만 남았더군요...ㅜㅜ

빵은 있는데 잼은 모두 떨어지고...김밥은 있는데 반찬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외국선수도 몇명이 늦게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19개국 선수단들이 먹는 식단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어 보였습니다.

 

아침은 개인사정으로 굶었지만 밥맛은 뚝 떨어지고... 식사시간에 통역 다니면 점심을 건너띨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날이었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