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를 전혀 모르는 문맹 농인을 만난지 4주째입니다.
수화교육장에서 2회, 다시서기지원센터에서 2회 등 일주일에 4번 정도를 만나다보니 아주 가까워졌습니다.
지난주에는 농인이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좁은 고시원도 방문하였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성균관대역 근처에 있는 경기도농아노인복지센터를 방문합니다. 수화를 사용하는 다양한 농아인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농인은 대화가 안되니까 저에게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도 잘 모릅니다.
성장과정도 모르고, 고향도 모르고...경찰서에서 지문으로 신원을 파악해봐도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노숙자였던 문맹 농인입니다.
다시서기지원센터에서 새롭게 만들어 준 이름과 나이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문맹 농인이 오늘 경기도농아노인복지센터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난 이후 농인들과 대화(?)를 시도하다가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동물처럼 괴성을 지르고 주먹으로 쇼파와 바닥을 치며 울분을 토하더니 급기야는 자신이 앉아 있었던 의자를 집어 던지는 등 소란을 피웠습니다.
엄청 화가 난 모습이었고,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모든 농인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문맹 농인이 표현한 것은 ...손을 묶인 모습, 다리를 얻어 맞는 모습,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 누군가를 가리키며 두려워하는 모습 뿐이었습니다.
추측이지만 과거에 거수경례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손을 묶고 다리를 걷어차는 등 학대와 억압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문맹 농인을 농아노인센터로 데리고 다니면서 가장 놀라웠고 당황스러웠던 날입니다.
성급히 그 자리를 빠져 나왔지만... 다시 찾아가 농아 노인분들에게 사과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서진 의자는 보상해야 하겠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문맹 농인이 잘못을 뉘우칠 수 있도록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심리치료나 상담이 필요한데...걱정입니다. 소통이 되어야 심리치료를 하던지 상담을 할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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