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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노동자의 눈

설레임과 두려움을 안고 출근하였더니...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3. 3. 8.

쌍용차에 복귀하여 한 주가 지났다.

4년만에 동료들을 만난 것이 제일 반가웠고 가슴 벅찬 일이었다.

 

 

그러나 빡빡한 교육 일정으로 복귀를 맘껏 즐기기엔 시간적 여유가 너무 부족하였다.

총 8주간의 교육기간 중 첫 주의 교육내용은 매우 유연하고 재미있었으며, 삶에 도움이 되는 정보도 많았다. 아픔과 절망속에서 살아 온 것을 감안한 스트래스 관리 등 힐링(?)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

 

어느 프로그램에서는 쏟아질 듯 맺히고 있는 눈물을 애써 참은 적도 있었고,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내용을 접할때면 짜증나거나 지루하기도 했다.

교육대상자들의 침묵과 무표정, 소극적 참여 등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프로그램 운영에 최선을 다해주고 있는 외부 강사들과 교육진행자들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드린다.

 

아쉽거나 안타까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첫날 노동조합 임원 소개 및 위원장 축사에서 복귀한 조합원들에게 늦었지만 미안한 감정을 밝힌 것은 용기있는 표현이었다.

 

그리고 산적해 있는 현안문제를 조목조목 얘기하는 과정에서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희망퇴직자 복귀 부분을 언급한 것은 너무 앞서갔다.  

공장 밖에서 팔뚝질을 멈추지 않고 있는 옛 동료들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면 해고 노동자들이 먼저 복귀되어야 마땅하다.

 

 

둘째 날 출근시에는 통근버스를 놓히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분명히 통근버스 노선도에는 '수원역 지하차도'로 명시되어 있다. 출발하기 15분 전부터 지하차도 앞(경희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통근버스는 빠른 속도로 그냥 지나쳐 갔다.

 

 

소통이 단절된 왕따(?) 된 느낌이었고, 내 옆에는 교육대상자 한 사람이 또 있었다.

수소문을 통해 다음날 확인해보니 수원역에서 정차하는 통근버스는 '애경백화점 앞 육교밑 택시승강장'에서 출발하였다. 노선 안내와 실제 정차구역이 다른 것이다. 

 

셋째날은 수원역으로 퇴근하는 통근버스와 외제 승용차가 추돌하는 교통사고 났다.

통근버스에 탄 쌍용차 직원들 중에 다친 사람이 없어 다행이었지만 수원역에는 약 40여분 늦게 도착했다. 당연히 저녁 일정이 늦춰졌다.

 

오늘은 제2차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린 날이다.

무급자 5명의 제명건이 재논의 되어 정권으로 하향조정 되었지만 아쉽긴 마찬가지다. 480여명이 복귀되어 교육받고 있는 시점에 반목의 불씨를 남겨두어선 안된다. 불필요한 노노갈등을 막고 진정한 단합을 위해서 부서배치 전에 복권이 추진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