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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수어통역사가 보호자 역할까지~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8. 9. 12.


 내일이 아내 생일이다.

오늘 저녁시간 만큼은 온가족이 함께 하고 싶었다. 외식을 하고 집에 들어가는데 영상전화가 왔다.

농인이다. 급하게 병원가는데 통역이 필요하단다. 내 삶이지만 내 뜻대로 안될때가 종종 있다.

 

성빈센트병원으로 갔다.

퇴근 이후시간이라 응급실이다. "환자가 누구입니까?" 출입할때부터 환자 신원조회를 한다.

그리고 메르스 때문에 보호자도 신원확인이 필요하단다.

 

"수어통역사입니다" 라고 했더니...

아~ 농인을 보면서 잠깐 뜸을 드리더니 "통역이 필요할 수 있으니 끝까지 함께 있어 주세요!" (네에~)

 

간단한 면담 및 외상을 살핀 후 "저쪽에 앉아 잠시 기다리세요!" (네에~)

한참을 기다린 후 혈압을 재고 기다리고, 피를 뽑고 기다리고, X-레이 찍고 기다리고, CT 찍고 기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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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의사가 언제쯤 옵니까?" 물었더니 보통 피검사 결과가 2~3시간 이후에 나오기 때문에 그때쯤 의사 선생님이 온단다.

담당의사가 와봐야 검사결과도 확인할 수 있고, 퇴원할지 입원할지도 결정을 할 수 있다. 최소한 그때까지는 기다려야 할 듯 하다.

 

갑자기 응급실 통역을 가면 수어통역사가 보호자 역할까지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내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