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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농인과 수어통역사의 관계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9. 7. 1.

 

 

<농인과 수어통역사의 관계>

 

농인과 수어통역사는 갑을관계가 아니고, 주종(주인과 종)관계는 더욱 아닙니다.

 

며칠 전

어느 농인의 집요함에 짜증이 났습니다.

 

그 농인을 알게 된 시기는 약 20여년 전입니다. 그 농인은 한국어 이해력이 좀 부족하지만 성실하게 회사를 잘 다니고 있습니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느라 수어통역센터를 이용하기가 너무 불편하여 저와 소통을 자주하는 편입니다.

 

몇년전 매매 계약서를 잘못 작성(이해)하여 사기 당한 이후 문자(한국어)를 수어로 쉽게 설명해주는 역할을 지원하면서 더욱 가까워 졌습니다.

청인과 문자를 주고 받으면서 이해가 안되거나 어려운 문장(단어)이 있으면 영상이나 캡쳐된 문자와 함께 톡이 종종 옵니다.

 

"무슨뜻?" " 어때?" "답장" "지금영상?" "답신요망" "이유?" "퇴근영상?" 등등

 

그 날은 카톡(영상)으로 안되니까 다시 imo 영상과 문자가 또 옵니다. 1~2번이 아니고 연속해서 10번 이상....

 

"통역사 아닙니까" "통화(영상)하라" "왜 꺼져(왜 안받어)"

 

전 수어통역사지만 영상(대화) 또는 통역을 무조건 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개입(지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부분은 통역하기 싫습니다"고 분명히 의사표현을 했음에도 그 날은 막무가내입니다.

 

그동안 그 농인에게 돈을 받고 통역 지원을 한 적이 없었고, 그날 통역(영상) 약속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제 잘못이 있다면 시간날때마다 성실하게 통역(영상) 지원을 빠짐없이 해준 것 뿐입니다.

 

아무런 조건이나 댓가 없이 의례적으로 통역 지원을 해준 것이 이런 착각과 집요함을 불러온 것입니다.

그 농인은 저에게 통역(영상) 의뢰를 하면 무조건 해주는 줄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너무 가까이 지내도 탈(?)이 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관계인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냉각기(?)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