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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농사회로부터 경제적 독립해야 떳떳하다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9. 11. 25.

 

오늘 25일은 월급날이다.

한달 일하고 그 댓가를 받아 먹고사는 노동자로서 아주 흐뭇한 날이다.

 

한달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겠지만, 결혼할 당시 1992년 10월 급여명세서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총 51만원 수입에 12만원 저축하고, 34만원으로 생활비를 썼던 것으로 확인된다. 잔업이나 특근, 야간(심야)근무는 한번도 하지 않고 수어(수화)에 미쳐 생활할때다.

 

과거 농아인협회는 예산지원이나 후원이 거의 없을때 구락부를 운영하고 있었다.

농아인협회 직원(간사) 월급을 구락부에서 마작 등 놀음을 통해서 고리뜯은 돈으로 월급주던 시절이다. 간사로 일하던 청인들이 오래 버티지 못한 이유 중에는 많지도 않으면서 떳떳하지 못한 돈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수어를 배우면서 자원활동을 할때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장에 취업하고 현재(만 30년)까지 다니고 있다.

직장을 그만둘 뻔했던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친분이 있는 농인이 함께 하면 성공할 수 있다면서 사업을 권할때, 농아인협회(지회)가 처음 설립되면서 간사가 없을때, 휴가가 없음에도 국제대회 등 수어통역 다닐때 등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떳떳한 직장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수어를 사용하고 농인을 만날 수 있었다고 본다.

농인에게 치사한 소리 듣지 않고 쓴소리를 맘껏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농사회로부터 경제적 독립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