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어통역사의 길

'코다'에 대한 기억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9. 12. 5.

 

 

'코다'에 대한 기억

 

<우리는 코다입니다> 책의 저자는 모두 '코다(CODA: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자와 직접적인 인연이 없고, 흥미롭지 않아서 읽어 보지 못했지만 제가 직접 경험하면서 알게 된 '코다'와의 인연을 소개합니다.

 

1. 저를 유난히도 따르던 '코다'가 있었습니다. 수어동아리에서 자원활동하면서 가까워졌습니다.

그 '코다'는 한국어를 익히기 위해 작은 아버지 집에서 살았으며, 부모님은 가끔(?) 찾아가서 본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2. 수어를 아주 잘하는 '코다'가 있었습니다. 농아구락부에서 만났고, 마작과 수어를 배우기 위해 유일하게 제가 따라 다녔던 '코다' 였습니다.

지금은 다른 '코다'를 성폭행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중입니다.

 

3. 지인(농인)의 자녀인데 남매가 모두 '코다'였습니다. 지인의 부탁으로 남매가 다니던 학교에 담임 선생님과 몇차례 통화를 한 적이 있고, 지인 대신 학교를 방문해 상담을 한 적도 있습니다. '코다'는 지인을 신뢰하지 않았으며,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4. 지인(농인)에게 통역의뢰를 받고 경찰서에 갔었습니다. 자녀(코다)가 체포되어 조사를 받아야 되는데, 미성년자라 부모를 부른 것이었습니다.

'코다'는 일탈이 심했고, 가족간 소통이 잘 안되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5. 수어통역센터에서 근무하는 '코다' 통역사님을 몇명 알고 있습니다.

모두 수어를 잘하는 편이고,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농문화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청인 통역사 보다 앞섭니다.

 

6. 또 다른 '코다' 통역사는 농아인협회에서 청인 통역사와 함께 일하고 있는데, 공감능력이 달라 불편한 관계(?)로 지내고 있습니다.

농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7. (모금함을 들고 다니는) 앵벌이를 시키는 농인이 있습니다.

그 농인의 뒷수습(?)은 저와 친분이 좀 있는 '코다'가 통역하러 다닙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제가 본 결코 평범하지 않은 '코다'의 삶은 외롭고, 때론 방치되고, 성장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아 보였습니다.

부모를 원망하는 날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농아인협회에서 협회장 또는 청각장애인통역사가 자녀(코다)와 함께 근무하는 것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일부지만 채용 과정의 특혜의혹, 갑질 세습까지 논란이 끊이질 않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농부모가 못나면 '코다'도 닮아서 못나고,

농부모가 지혜롭고 성실하면 '코다'도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