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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9. 11. 28.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유가족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26일 밤 10시경 서울시농아인협회 체육업무를 담당하던 김ㅇ ㅇ 수어통역사가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저는 고인의 죽음이 업무상재해(산재)로 인정받아서 명예회복 및 유족들에게 보상금이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된다고 봅니다. 또한 사망원인과 배경을 철저히 조사하여 비슷한 죽음을 예방해야 된다고 보기 때문에 이 글을 남깁니다.

 

저는 1996년도에 노조 산재부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고,

심사청구 및 행정소송을 여러번 진행하여 모두 업무상재해(산재)로 승인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억나는 몇가지 사례>

 

1.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에서 자다가 깨어나지 못하고 응급실로 실려감

# 대응 => 요양급여 신청 => 근로복지공단에서 불승인 => 심사청구 => 산재승인

 

2. 업무 마치고 기숙사 옥상에서 동료들과 저녁 먹다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

# 대응 => 유족급여 신청 => 근로복지공단에서 불승인 => 심사청구 => 불승인 => 행정소송 => 산재승인

 

3. 기존 질환이 있어 업무를 재배치 받았지만 병이 더 악화되어 장기 입원 뒤 퇴사

# 대응 => 요양급여 신청 => 근로복지공단에서 불승인 => 심사청구 => 불승인 => 행정소송 => 산재승인

 

공통점은

모두 회사가 개인질병(사)로 관여하지 않았고,

근로복지공단에서 모두 불승인이었지만,

심사청구 단계부터 변호사와 함께 대응하여 산재로 인정 받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인의 직장이었던 서울시농아인협회에서는 불편하고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고인이나 유가족 입장은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업무상재해(산재) 인정 절차>

 

1. 유족급여신청서를 관할 근로복지공단 접수

2. 불승인시 90일내에 심사청구

3. 재심사청구 또는 행정소송

 

먼저, 기존에 질환이 있었어도 평소 질병이나 건강상태, 사망 당일의 기후나 업무환경, 특별히 며칠간 과로를 하였는지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기존 질환이 있더라도 업무로 인해 더 악화 되었는지, 사망원인과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면 업무상재해(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년전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에서 일하던 수어통역사가 사망(자살) 했습니다. 그때에도 저는 똑같은 기준으로 비슷한 주장을 했습니다.

2년전 전북협회에서 일하던 수어통역사의 사망(자살)도 농인의 갑질이 원인이라 산재로 인정 받았다는 소식을 늦게 알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수어통역사는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하고 있는 점,

끝이 없는 과중한 업무로 시달리고 있는 점,

일반사회에서 경험할 수 없는 괴리감과 이질감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은 점 등

 

수어통역사들의

특수한 근무환경과 만성적인 정신적 스트레스를 잘 알고 있기에

저는 수어통역사의 죽음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는 것입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상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첫번째로 중요한 것은 유가족의 결정입니다. 충분한 가능성을 믿고 적극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두번째는 근로복지공단에 심사청구 및 민사소송을 지원할 실무자(수어통역사)가 필요합니다. 실무자의 역할은 유가족을 위로 및 설득하고, 고인의 사망원인과 배경을 조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임할 변호사 또는 노무사에게 조사한 자료를 넘겨주면 됩니다.

 

세번째는 행정소송을 위한 변호사 선임입니다. 실무자와 소통하며 소송을 진행합니다.

 

심장마비가 왜 왔는지?

과로 및 스트레스 요인이 있는지?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는지?

 

사망원인과 배경을 조사해 보고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무조건 산재신청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충분히 검토해 볼 문제입니다.

 

참고로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입은 부상, 질병, 신체장애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바, 비록 근로자가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정도의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있었고 그 질병이 업무와 직접관련이 없었다 하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그 질병이 급속히 악화되거나 새로운 질병이 유발된 경우 또는 이로 인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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