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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장수정의 달리는 라디오> 전화 인터뷰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22. 4. 8.

어제 저녁에 TBN 경인교통방송 '장수정의 달리는 라디오' ( FM 100.5mhz + 유튜브 생중계)에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라디오 방송임에도 많이 떨리더군요.

[인터뷰 질문 및 답변 정리]

1. 수어와 함께한지 34년째라고 들었어요,
우연히 '수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데,
일단 수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부터 들어볼까요?

=> 제가 아주 젊었을때 그러니까 20대 초반인데요. 태어나서 손짓으로 대화하는 것을 처음 봤습니다. 신기하기도 했고, 관심과 호기심이 생겼죠. 그래서 수어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수어의 매력에 푹 빠져서 살았던 것입니다. 수어가 농인(청각언어장애인)의 모국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2. 코로나19 이후 관련 브리핑으로 인해 수어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최근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자도 청각장애 배우가 수상했고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어떠세요?

=> 수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저의 경우, 수어를 배우기 위해 농인을 만나러 다닐때 가까운 친구들조차 이상한 짓(?)하러 다닌다고 곱지 않은 시선로 봤었고요. 심하게 표현하자면 '미쳤다'는 소릴 많이 들었습니다. 집안에서 농인과 결혼하고 싶다고 표현한 적이 있었는데 부모님이 호적 파가라고 하면서 극구 반대하셨죠. 결국 수어통역사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

과거 30여년 전이 농인과 수어가 대우받지 못한 시기였다면 지금은 수화언어법이 제정되어 법적으로는 수어가 한국어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수어통역 활동이 자원봉사활동에서 전문 직업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3. 한국수어통역사협회는, 언제부터~ 어떤 목표로 만들어진 단체인지?

=> 처음 시도는 1997년 수화통역사 민간자격제도가 시행되면서 설립하려고 했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무산되었고, 10년후인 2017년 다시 수어통역사들의 뜻을 모아 한국수어통역사협회가 창립총회를 하고 2019년 사단법인으로 정식 출범을 했습니다. 그리고 목표는 수어통역사의 인권옹호와 권익향상을 최우선으로 삼고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농복지와 사회복지 발전에 기여하는 전문가 단체로서 자리매김하자는 마음입니다.

4. 지금까지 수어통역사로 생활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꼽아본다면?

=> 너무 많아서 순위를 정할 수가 없어요. 농인을 만날수록 농인의 삶과 애환을 다양한 분야에서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리(음성) 중심의 정보와 지식 전달방식으로 농인은 소통의 어려움과 정보습득이 취약하여 사기 등 피해에 늘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혜롭게 잘 사는 농인은 수어통역사를 찾지 않겠죠. 하지만 수어통역사의 통역이 꼭 필요한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지금은 코로나19(일구)로 마스크 쓰고 살아야 하는 시대잖아요. 농인들은 병원 다닐때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 소통하기 너무 힘들어 합니다.

5. 지난해부터 '한국 수어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인정받게 됐죠, 이렇게 결실을 맺기까지 많은 노력을 해오셨다고요?

=> 제가 혼자 노력한 것은 절대 아니고요. 농사회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농인들이 만든 한국농아인협회이고요. 가장 절실한 것도 농인들 이었습니다. 집회 등 거리시위도 많이 했고요. 농아인협회를 중심으로 관련 단체와 그 구성원들이 함께 이룬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6. 수어통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아직 아쉬운 점들은 많다고, 어떤 점들이?

=> 아쉬운 점은 좀 많이 생각나는데 몇 가지만 말씀 드릴게요. 수화언어법 제정으로 수어가 한국어와 동등한 자격은 갖추었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 현실에 분노하는 농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방송에서의 수어통역 비중은 3%로 규정에 묶여있고, 공영방송사의 경우 7~8%로 알려져 있지만 수어통역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관련 법과 제도가 확대되면 좋겠고요.

지난 대통령 선거 토론회 방송을 생각해 보면 좀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토론회에 참가한 후보 4명과 사회자 1명 모두 5명인데 수어통역은 한명이 하더라고요. 농인들 입장에서는 누가 한말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알기로 모 방송국 한곳, 개인 방송에서 화자별 통역을 했거든요. 농인들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교육현장이나 직장생활, 병원 등 통역을 다니다 보면, 문자로 하면되지 통역이 꼭 필요하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요.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농인들 입장에서는 수어가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거든요. 그러니까 통역이 꼭 필요한거죠.

그리고 수어는 눈(시각)으로 전달되는 언어라는 인식이 더욱 확장되어야 합니다. 수어통역 하고 있는데 카메라 기자가 수어를 잡지 않거나, 카메라를 화자 중심으로 잡다보니 수어통역사는 반쪽만 잡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경우 수어통역이 있어도 농인은 볼 수 없겠죠? 이 프로그램도 유투브로 실시간 제공되고 있다고 알고 있지만 농인들은 전혀 접근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수어로 전달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죠. 이것 또한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7. 끝으로, 수어통역사로서의 계획과 활동 목표에 대해서도 한말씀 남겨주세요~

=> 수어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높아지면서 수어통역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고, 수어통역에 대한 질적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수어통역사들도 언어전문가로서 분야별 배경지식을 더 쌓아야 하고요. 수어통역사의 권리와 처우도 개선 되어져야 합니다. 이런것들이 수어통역사협회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목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