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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유세현장의 수어통역은 구색맞추기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22. 5. 26.

선거 유세현장에 수어통역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어떤 여성(농인)은 유세차 앞으로 다가와 저에게 부탁을 하더군요.

'대형화면에서 수어가 안보인다고 후보 옆으로 가서 통역을 하라'고 말입니다.

유세차에 올라가 통역할때 후보 옆에 서 있어야 카메라에 잡히고, 대형 스크린에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수어통역사 맘대로 자리(위치)를 잡을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후보캠프의 관계자가 수어통역사의 자리를 한쪽 모퉁이로 안내하고, 어떤 카메라 기자는 후보 옆에서 빠지라고 외치기도 합니다.

농인 유권자에게 의사 전달하기 위한 수어통역사 배치를 본연의 목적보다는 구색맞추기나 장식용(?)으로 보고 있는 듯 합니다.

1. 수어통역사 자리를 후보 옆 대신 무대 모퉁이로 안내하는 관계자
2. 굳이 수어통역사 앞에서 연설하려는 정치인
3. 촬영에 방해 된다면서 수어통역사에게 비켜 달라는 카메라 기자
4. 카메라 렌즈에서 수어통역사를 빼거나 반쪽만 잡는 촬영 기자

수어통역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는 말을 못하게 방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해당 정치인을 비롯한 카메라 기자들의 성찰이 필요해 보입니다.

수어통역사가 무대에 올라 발언자 옆에 서려는 이유는 자랑하기 위함도 아니고, 얼굴을 널리 알리려는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음성언어를 시각언어(수어)로 전달하기 위함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