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만의 자료실

한국사회와 노동자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7. 5. 29.

 

한국사회와 노동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내가 살고 있는 사회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각 사람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전개과정이나 정치의 역사적 과정을 통찰하면 다음과 같이 한국사회를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국사회는 자본주의사회이다. 자본 임노동 관계를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적 사회관계가 기본적인 사회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국가권력을 매개로 한 독점자본이 경제운영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점적 성격의 자본주의 사회이다.

 

둘째, 한국사회는 신식민지 국가체제가 극복되지 않은 사회이다. 종속적이고 독점적인 자본축적 기조의 지속을 위해 피지배계급에 대한 억압체제를 제도화함으로써 독점자본의 이해를 보장하는 사회이다.

 

셋째, 한국사회는 분단사회이다. 외세에 의해 한 민족이 별개의 사회제도를 지닌 남북으로 분단되어, 사회발전이 왜곡되거나 파행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한국사회의 성격은 오늘의 한국사회 상황을 귀결짓고 있으며, 노동자도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I. 자본주의 사회란?

 

1. 자본주의는 한마디로, ‘돈이 돈을 버는 사회’라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돈은 노동자들이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그런 돈이 아니라,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 투자되는 돈(자본)을 말한다. 그러므로 자본은 새끼 치는 돈(종자돈)이라 말할 수 있다. 자본주의 생산 활동의 목표는 바로 이 이윤추구에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생산방식을 생각해 보자. 돈이 자본으로 투자되면 두 가지의 상품을 구입하게 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생산수단인데, 생산수단은 원자재, 토지, 공장, 기계 등을 의미하고, 또 하나는 노동력이라는 상품이다.

 

자본가는 이 두 가지 상품을 구입해서 생산을 시작하고, 생산과정(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노동과정)의 결과 새로운 상품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이 상품을 팔아서 들어오는 돈이 처음에 투자한 돈과 똑같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생산된 상품이 구입된 상품보다 가치가 커져야 한다. 예를 들어 1백만원을 투자하면 1백 2십만원이 나와야 하며, 이렇게 되어야 확대재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2.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노동력을 팔아서 살아 갈 수밖에 없다.

 

생산의 담당자인 노동자는 어떤 생산수단도 소유하지 못한 채, 그가 유일하게 몸에 지니고 있는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상품으로 팔아 그 대가인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한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력이 상품화되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생산의 목적은 오로지 노동력의 착취를 통한 이윤획득(또는 자본축적)에 있다. 이 같은 이윤획득은 상품생산을 통해 이루어진다. 자본주의의 이윤 획득 과정을 간단한 예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M'(돈) - C(땅.기계.원료) + V(노동력) - 생산과정 - M"(돈)

M' < M" , M" - M' = 잉여가치

C : 불변자본, V : 가변자본

100(초기자본) - [80(원료.기계) + 20(인건비)] + ? = 120(새로운 상품의 가치)

 

예를 들어

1백만원을 투자하여 1백 20만원이 나왔다고 하자. 그러면 처음보다 20만원이 커진 것이다. 그러면 이 20만원은 어디에서 생긴 것일까? 노동과정을 통해서 가치가 불어난 것이고, 불어난 가치는 노동력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 불어난 가치를 잉여가치라고 하고, 이 잉여가치 20만원이 자본가의 이윤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노동자는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산과정에 필요한 노동을 초과하여 노동을 하게 된다. 이때 노동력의 재생산에 필요한 노동, 즉 노동력의 가격인 임금으로 지불되는 노동을 지불(支拂, 필요)노동이라고 하며, 지불되지 않는 노동을 부불(不拂, 잉여)노동이라고 한다. 바로 이 잉여노동이 자본가의 이윤이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돈 놓고 돈 먹는 사회라고도 하는데, 돈 놓고 돈을 먹으려면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노동과정에서 착취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없으면 이윤이 생기지 않고, 이윤이 생기지 않으면 자본주의 사회는 굴러가지 않는다.

 

3. 노동자의 생활은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에 의해 결정된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노동자의 생활은 저절로 좋아지는가? 사회가 발달하면 노동자의 생활도 당연히 나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서조차 어떤 식으로든지 임금억제, 실업과 고용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조건에 대해서 살펴보면, 새로운 경영방식이 나오면서 노동강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87년 이전 권위적인 단순통제방식, 정부에 의한 집단적 노사관계에 의한 관리방식에서 87년 신노사문화 도입과 90년대 이후 대기업을 시작으로 신경영방식, 신기술을 도입하면서 노동강도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더욱이 IMF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민간기업에서 추진되던 신경영전략이 아무런 검토 없이 효율성 강화라는 미명아래 공공부문에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실업과 고용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할수록 노동자의 생활이나 노동조건도 상당히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얼마나 나아지느냐 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투쟁이 어느 정도 광범위하고 치열하게 이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왜냐하면 자본은 끊임없는 이윤추구를 위해서 다양한 노동통제 방법을 최대한으로 동원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축소 내지 저지하기 위한 대응은 노동세력의 힘이 어느 정도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Ⅱ. 한국경제의 실태와 현황

 

1. 한국경제 개괄

 

1) 경제란 물질적 관계 속에 감추어진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우리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직장에 출근하여 일을 한 후 저녁에 집에 돌아와 TV를 보고 전기불 밑에서 식구들과 이야기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이렇듯, 우리는 단순한 하루의 생활 속에 무수한 상품과 만나며, 이 속에는 나 뿐 아니라 농민과 노동자와 재벌과 외국기업의 시장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관계가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들의 생활은 실제 이러한 관계 속에서 온갖 애환과 시련과 분노를 겪고 있다.

 

2) 한국경제의 역사는 의존과 예속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크게 5가지의 계기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① 적산불하 및 농지개혁과 결합된 미국의 원조정책

② 차관과 합작 투자형태의 외국자본 유입

③ 기술도입에 의해 한층 심화되는 생산력의 예속화

④ 수출지상주의 등장

⑤ 시장의 전면 개방 - 이 다섯은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앞의 것은 다음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었다.

 

3) 역대 한국의 집권자들은 한국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고 자랑해 왔다. 그리하여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으로 그리고 김영삼 정부에 들어서서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하였다고 내세우며, OECD에 가입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장의 실상은 IMF체제로 숨김없이 다 드러나게 되었다.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누구를 위한 성장이었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민중의 삶이 안으로 곪아 들어감에도 한국경제는 잘 돌아가는 듯이 보였다. 민중의 삶이 안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농민은 애써 가꾼 농작물을 갈아엎어야 하며, 도시서민은 뛰는 전․월세 값을 마련하지 못하여 자살해야 하는 현실이 한국경제의 성장에 감추어진 뒷모습이었다.

 

 

2. 한국경제 구조적 특징

 

1) 한국자본주의의 대외적 종속

 

한 민족이나 국가, 사회가 외부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에 의존하거나 또 외부의 수탈과 착취에 시달린다면 나라의 독립과 정치적 자주성은 지켜질 수 없다. 대외의존도가 아무리 높다고 할지라도 국제관계가 항상 선린 우호의 평화적 관계를 유지하며 또 나라의 정치 경제적 의지를 다른 나라에 강요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로 삼을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와 국가의 관계는 언제 변할지 모르는 불안정 요인을 갖고 있다. 우리가 심각하게 고려할 것은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가 그것도 몇몇 나라에 편중된 채 아주 높다는 사실이다. 특히, 식량, 에너지, 의류 등 생활필수품에 한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자급률이 높아야지 그렇지 못하다면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불의의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국가적 독립을 유지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현재 수입에너지인 석유,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에너지의 해외의존도가 91년 87.9%에서 2003년 96.9%(산업자원부, 에너지경제연구원 / 에너지통계연보 2004)로 확대되었고, 식량자급도는 현재 30%에 불과하다. 식량의 자급도가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농업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0년 현재 전국의 골프장 면적이 여의도의 70배인 6천만평이나 된다.

 

한편, 한국을 비롯한 후진국의 발전은 선진국에서 요구하는 공업화를 담당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러한 결과 세계경제 체제의 국제분업에 불평등하게 편입됨으로써 일국 경제의 재생산구조 중 주요부문을 선진국에 의존한 채 외적 규제를 받으면서 자본축적을 지속해 나가는 불평등한 경제관계에 놓이게 된 것이다.

 

또한 한국자본주의의 종속성은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확대되었다. 외환위기이후 미국과 국제통화기금의 요구에 따라 한국경제의 회생작업을 추구한 김대중정부는 공기업의 해외매각과 노동시장 유연화조치를 단행하였다. 이 결과 한국경제는 주요 공기업과 우량기업의 매각에 따른 국부유출과 경제 종속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으며, 고용의 불안 및 만성적 실업의 증가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표> 은행산업에 대한 외국자본 점유율(총자산 기준)

국 명

점유율(%)

국 명

점유율(%)

국 명

점유율(%)

멕시코

83

체 코

90

뉴질랜드

99

파나마

59

헝가리

89

영 국

46

칠 레

47

폴란드

69

미 국

19

우루과이

43

루마니아

47

노르웨이

19

베네수엘라

43

러시아

9

스위스

11

페 루

42

한 국

30

핀란드

6

볼리비아

36

말레이시아

19

일 본

7

아르헨티나

32

필리핀

15

이탈리아

6

브라질

30

태 국

7

캐나다

5

콜롬비아

22

중 국

2

독 일

4

자료 : World Bank Regulation and Supervision Survey(2003)

 

<표> 최근 시중은행 주요 주주 및 외국인 지분율

주요주주

외국인 지분율1)

기준일

조흥2)

신한지주(80.04)

2.9

2003. 9. 30

우리금융

예금보험공사(86.4)

4.7

2003. 9. 30

제일

Newbridge(48.56), 예금보험공사(48.5)

48.5

2003. 9. 30

외환3)

론스타(51.0), 코메르쯔(14.75)

77.7

2003. 10. 31

국민

Bank of NY(ADR4))(9.41), 정부(9.33), Goldman Sachs(1.18)5)

73.0

2003. 9. 30

신한지주

신한은행(10.2), CitiBank(4.64), BNP Paribas(4.00)

51.8

2002. 12. 31

한미

칼라일-JP Morgan 컨소시엄(36.6), Standard Chartered(9.40)6)

89.1

2003. 9. 30

하나

예금보험공사(27.8), Allianz(8.16)

31.9

2002. 12. 31

 

1) 우리지주, 신한지주, 한미, 하나의 외국인 지분율은 2003년 11월 17일 현재 증권사 제공 자료임

2) 2003년 8월 18일 정부(예금보험공사)가 신한금융지주에 소유주식(지분율 80.04%)중 일부 지분(39.22%)을 매각한 후 19일 나머지 예보지분 40.82% 전량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하여 2003. 8. 19. 현재 신한금융지주가 최대주주로 변경

3) 2003년 9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유산증자 결의를 통해 론스타가 전량 인수함에 따라 지분율 51%로 최대주주가 됨

4) Bank of NewYork은 ADR 예탁기관으로 의결권은 각각의 ADR 소지자에게 있음

5) Goldman Sachs는 2003년 9월중 1,300만주를 매각하여 2003. 9. 5. 기준 지분율 5.13%에서 1.18%로 변경됨

6) Standard Chartered의 지분은 2003. 8. 13일자 공시에 의거

 

2) 재벌중심의 천민적 경제구조

 

한국의 독점 자본은 단순한 독점 자본이 아니라 다(多)업종에 걸쳐있는 독점대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총수와 가족에 의해 지배되는 재벌의 형태이다. 한국 재벌은 형성과정에서부터 정부의 특혜를 받았고, 이러한 성격이 아직도 재벌의 자본 축적 구조를 좌우하고 있다. 재벌은 이러한 조건에서 급성장하여 99년 30대재벌의 자산총액은 422.7조원이이고, 총매출액은 445.4조원에 이른다. 이중 4대재벌의 자산총액이 243.7조원으로 전체의 57.6%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액의 경우 303.9조원으로 전체의 68.2%를 차지하고 있다

 

재벌체제의 대표적 문제점은 첫째, 대기업에 대한 가족 지배가 기업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보다는 재벌가족의 기업 장악 유지를 우선시하는 것에 있으며 둘째로는 자기 자본에 의한 기업 운영이 아닌 차입경영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재벌의 총자산을 100이라고 하였을 때 자기자본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은 부채다.

 

자기자본 20중 11은 외부주주의 소유이고 나머지 9를 재벌총수가 지배하고 있는데, 그나마도 총수 및 그 일가족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것은 2에 불과하고 나머지 7은 계열기업들간의 상호출자분이다. (30대 재벌의 평균 내부지분율 약 45% = 특수관계인 지분율 10%+계열기업 지분율 35%) 즉, 재벌총수는 총자산의 2%에 불과한 자금을 출자하고도 수십개에 달하는 계열기업들 간의 상호출자를 이용하여 그 어떠한 외부주주도 경영에 개입할 수 없는 절대적인 지배권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방만한 경영이 초래하는 문제이다.

 

3) 투기적 자본축적의 심화와 사회적 불평등 구조의 심화

 

① 토지문제의 해결

 

우리나라 땅부자 상위 1%와 5%가 2004년말 현재 개인소유토지(민유지)의 51.5%와 82.7%를 차지하는 등 토지소유 편중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특히 이 같은 결과는 토지공개념이 도입되었던 지난 1989년 땅 소유자 상위 5%가 65.2%를 소유한 것보다 17.5%나 급증한 것이다.

 

2004년 우리나라 전체 땅값이 2,300조원이고 GNP 778조원의 3배에 해당되며, 한국 땅을 팔면 그 넓이가 우리 국토의 40배가 되는 미국 땅을 절반이나 살 수 있고 캐나다를 6번 살 수 있으며 프랑스를 7번 살수 있다.

 

또한 지난 99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지역 아파트가격은 75% 올랐고 주택은 47%, 전세가격은 77%가 각각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임금상승률 36%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투기가 경제에 미치는 해악은 너무나 크다. 기업들은 건전한 생산활동 보다는 은행대출금으로 땅 투기에 열을 올리고 그 땅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아 또 땅을 산다. 부동산투기는 생산활동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사회간접시설을 늘리는데도 엄청난 장애를 준다.

 

토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토지정책 그 자체를 완전히 손질하여야 한다.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정책의 기조를 공적개념으로 혁신시켜야 한다.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정책의 기조를 공적개념으로 혁신시켜야 한다.

 

토지는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일찍이 강력한 공개념 제도를 도입, 개인소유자의 자유로운 거래를 금지시키고 있다. 스웨덴이나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은 국토의 대부분을 국공유지로 삼아 필요한 대상에게 임대해 주거나 그 위에 임대주택을 지어 값싸게 공급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공유화의 비율이 80%나 된다.

 

② 노동문제

 

저임금, 직종간 임금격차, 장시간 노동, 산업재해, 노동운동탄압 등 노동문제는 한국경제의 생산력을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억압적이고 관료적인 생산체제를 전면 바꾸어야 한다. 생산의 담당자는 노동자다. 생산의 담당자인 노동자가 노동과정에서 창의성과 능률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기본 생산단위에서부터 토론하고 의견 수렴하여 노동자가 생산과정에서 책임 있는 주체로 나서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하고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경영참가법을 도입하여야 한다.

 

③ 심화되는 빈부의 격차

 

아래의 표는 1960년대이래 경제 성장의 결실이 누구에게 주어졌는가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다. 이런 성장의 과실뿐만 아니라 열악한 사회보장, 사회복지는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 정부의 예산까지 포함한 우리나라 총예산 가운데 사회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0%가 채 안되고 있다. 이는 스위스(63%), 독일(47%)등 선진국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기막힌 것은 그 국민이 우리나라에 품팔러 오는 방글라데시(123.%)나 스리랑카(18.6%)보다도 낮다는 사실이다.

 

<표> 상하위 계층 실질소득변화 추이

하위 10%

상위 10%

1966년 소득액

51,400

231,030

1992년 소득액

280,245

1,041,930

소득증가율

445.2%

351%

1980년 불변가격 기준, 한겨레신문 97년 2월 25일

 

또한 외환위기 이후 계층간 소득격차는 더욱 확대되었다. 각 나라의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는 지니계수인데, <그림>에서 보듯이 1997년 0.283에서 2001년 0.319로 증가하였다. 한편 상위 20% 계층과 하위 20% 계층이 얻은 소득 격차를 보면 1997년 4.49배에서 2001년에 5.36배로 심화되었다. 즉, IMF 기간 동안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치유되지 못한 채 더욱 확대된 것을 알 수 있다.

 

 

Ⅲ. 노동운동과 사회개혁

 

그 동안 민주노조운동은 ‘상반기 임․단투, 하반기 노동법개정’을 중심으로 투쟁해 왔다. 주된 투쟁은 임․단투의 시기 집중과 이를 통한 돌파였으며, 정권과 자본이 탄압을 가해오면 탄압분쇄투쟁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투쟁 흐름은 그 동안 민주노조운동을 둘러싼 내외의 조건이 맞물린 결과였다.

 

즉 기업별 노동조합이 토대가 되고 명실상부한 중앙조직이 없었으며 정치권은 보수정당 위주로 구성되어 민주노조운동은 주로 노동대중의 요구인 노동조건 개선투쟁에 집중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의 폭압적 탄압이나 노동기본권 박탈에 대해서 항의하는 탄압분쇄투쟁이나 노동법개정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당연한 조건이며 나아가 가장 기본적인 투쟁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로 말미암아 노동운동은 좁은 시각에 자신을 한정하였으며, 노동운동의 사회적 영향력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불리함을 안게 되었다. 더구나 자본주의가 보다 본격화된 시점에서 임금, 노동조건뿐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상의 다양한 문제… 주택, 교육, 사회보장, 세금 …로 인한 삶의 질 저하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였다.

 

물론 노동조합운동이 노동력의 정당한 가격을 확보하고 이의 보전을 추구하는 노동조건 개선투쟁에 집중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며 어느 나라에서나 투쟁의 출발을 이루는 기초적인 영역이다. 이 투쟁 속에서 노동자는 단결과 투쟁의 가장 일반적인 기초를 형성하게 되고 운동의 일상적 의식적 기초를 만들게 된다.

 

그러나 운동의 성장에 따라 하나의 세력으로서 형성되고 난 후에는 보다 사회 전반적인 법과 제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제도개선투쟁에 나서게 되는 것은 그 또한 자연스러운 투쟁의 발전이다. 이러한 노동운동의 역할은 다른 나라 노동운동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노동운동이 독자적 세력을 형성하고 난 후 보통선거권의 쟁취나 사회보장, 주택, 경제민주화 투쟁에 나서게 되는 것은 이러한 운동의 성장과 발전의 전형을 보여준다. 특히 국가독점자본주의가 발전한 60~70년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연금, 의료 등 사회보장의 확대를 요구하는 대중투쟁을 전개하고 국민적 입지를 확보하는 과정은 아직 일천한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운동에도 풍부한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서는 60년대 말에 ‘공장에서 사회로’ 라는 구호 아래 현장의 요구로부터 출발하여 전국적 대중투쟁을 전개하여, 연금제도 개선, 의료서비스 개혁의 성과를 낳고 노동운동의 통일, 단결과 발전에 큰 위력을 발휘하였다.

 

또한 제3세계인 남아공의 코사투(COSATU)는 수백만의 노동자가 참여하는 부가가치세 도입 반대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였으며, 그 성과로 노조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와 이후 민주정부 수립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한국의 민주노조운동도 90년 초반부터 각 조직별로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의 사회보장제도 개선, 재벌경제력 집중규제, 교육개혁, 언론민주화, 주택, 물가문제 등 조직별 주요 현안이 되는 사회개혁투쟁을 전개해왔던 경험이 있으며 중앙조직이 사회개혁 투쟁을 전개하게 된 것은 이러한 조직들의 경험을 비판적으로 흡수하여 우리 사회전반의 개혁으로 이끌어내고자 한 것이었다.

 

이러한 사회개혁투쟁 과제는 IMF체제 이후 노동운동의 전면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노동조합운동은 이제 임금인상․노동조건의 개선․고용안정이라는 조합원의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이익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사회개혁’을 목표로 재벌체제 개혁, 사회보장제도 확충, 조세제도 개혁, 주택문제 해결, 교육제도 개선, 환경문제 해결 등과 같이 전체 사회의 이익과 국민생활 옹호에 앞장서는 운동으로 변화하여야 한다.

 

물론 이러한 사회개혁운동이 전면화되기 위해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노동조합운동의 핵심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