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을 떠나면서.....

당을 떠나면서.....

 

어제 탈당계를 제출했습니다.

두서없이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하면서 반성도 하고 남아있는 당원들에게 기대도 해봅니다.

 

민주노동당의 '자주'와 '평등'의 가치는 모두 소중합니다.

당의 어떠한 정책도 보수정당들과 비교할 수 없이 노동자 계급을 지지 및 엄호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에 안주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게을리하면 진보는 낡고 대중들과 소통할 수 없게 됩니다.

 

민주노동당의 문제는 강령이나 정책에 있다기보다는 당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당내에서 '자주파'니 '평등파'니 하는 낡은 방식의 정파운동은 진보정치를 바라는 일반당원들과 지지자들을 실망시키는데 충분했습니다.

 

2.3 임시대의원대회는 심상정 비대위의 쇄신안과 제2창당운동을 정면으로 부정했습니다. 다수를 차지한 '자주파'의 오만한 집단적 행위는 권영길의원을 대선후보로 선택했듯이 급기야 당의 위기를 또 다시 자초하고 있습니다.

 

두 당원의 해당행위에 대한 징계건 외에도 정파(의견그룹)등록제, 당직선거 1인1표제,투명한 예산운영 등등 상식에 입각한 비대위의 쇄신안들이 모두 무산된 상태입니다. 과거에 얽메여 미래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무기력한 모습입니다.

 

좌파(평등파)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우파(자주파) 활동가들의 책임이 더욱 큽니다.

그 이유는 우파(자주파)가 당 운영의 주도권을 그동안 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당직선거 제도에서는 바뀌질 않는 낡은 정파구조가 당내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어떤 정파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일반 평당원들은 당 사업에 깊숙히 참여하면 할수록 보고 싶지 않아도 듣고 싶지 않아도 피할 수 없는 현실과 장벽들을 접하면서 당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토대를 튼튼히 다져나가는 사업보다는 가시적이고 낡은 선거투쟁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도당이나 중앙당으로 올라갈수록 편법과 탈법 등 비상식적인 예산집행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공당으로서 최저낙찰제나 공개입찰제도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비상식적인 위장전입,대리투표 등 연합3파의 조직적인 행위들은 정도를 벗어났음을 알고 있습니다.

 

민의를 왜곡한 형식적 민주주의가 판을 칠 뿐, 정말이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진보정당내에서 비일비재합니다.

 

지역에서도 지역에 맞는 창의적인 정치활동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2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공직선거때면 당원들의 특별당비와 민주노총(세액공제)에 기대어 과도한 적자 예산편성과 선거투쟁으로 '빛 잔치'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당의 내실과 역량에 맞는 합리적인 선거투쟁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공직선거가 끝나면 빛을 갚기 위해 인건비도 지급하지 못하여 상근자 수를 줄이고 일상활동을 축소하여야 하는 등 비합리적, 비상식적인 당 활동 방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군기지가 집중되고 있는 지역이지만 반미투쟁을 중심으로한 사업의 편중현상이 어느곳보다도 심합니다. 시의원이 배출된 지역답게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는 등 모범적인 지역정치를 뿌리내려야 함에도 지역의 현실은 민생을 어떻게 챙길지, 집권전략이나 사업의 집중성이 떨어져 어느사업 하나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당의 모습은 정말 아니라고 당을 아끼는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고 있으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간다면 민주노동당도 실패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떠한 희망도 비전도 없다고들 주위에서 말합니다.  

 

쌍차 현장에서 800 당원 조직화 등 쌍용차 노동자들의 힘으로 지역 집권을 준비해왔던 꿈도 접었습니다. 현장에서 당원을 확대해봤자 공직과 당직선거 시기에 투표만 강요당하는 당원으로, 당비와 특별당비를 내는 자금줄(?)로 이용만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신입당원들의 정치의식을 높히고 당원으로서 스스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당원교육사업에 예산을 집중하는 등 체계적인 당원 교육사업이 마련된다면 언제든지 복당하여 재교육을 받고 싶은 것이 제 심정이지만 쉽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시당의 운영위원으로서 자칭 열성당원으로서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도당이나 중앙당의 낡은 정파적 담함적 구조는 극복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현장에서 일하면서 '몸대고 돈대는' 역할만 열심히 했을 뿐입니다. 

 

모든 것이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을 떠나 노동자 유권자의 시각으로, 일방적인 배타적 지지가 아닌 냉철한 주체적인 입장에서 당을 바라보고 비판해 나갈 것입니다.

 

그동안 현장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함께 해왔던 당원 및 조합원 동지들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죄를 드립니다.

 

당은 떠나지만 현장과 조합원들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민주노동당을 통한 정치운동은 중단하지만 조합원들과 함께하는 현장 대중운동과 비정규직사업, 사회공헌사업 등 지역사회운동에 더욱 더 노력하겠습니다.

 

당에 대한 충정어린 비판으로 이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