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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초청토론회' 방송통역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8. 3. 20.

2008.3.20(목)

 

회사에 잠시 출근했다가 조퇴를 하고 수원방송국을 찾아갔다. 방송수화통역을 의뢰 받았기 때문이다.

수원월드컵경기장 옆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오랫만의 방문이다. 4.9 총선을 앞두고 방송연설이나 방송토론이 활성화되고 있어 수화통역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수원시 권선구 예비후보들을 초청하여 합동토론회가 열렸는데 경인일보,경기방송 등이 주관하였다.

 

수원시 권선구에는 현재까지 통합민주당의 현 이기우 국회의원이 재출마하였고, 한나라당(정미경 후보),민주노동당(이성윤 후보),자유선진당(?) 등 4명의 후보들이 등록된 상태이다.

 

초청토론회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토론회를 진행하는 사회자가 각 후보들에게 공통의 주제를 갖고 질의응답하고, 후보 상호간 질의응답하는 방식이었다. 

 

각 후보들이 바라보는 주요 국정과제와 지역 현안 등에 대해서 문제점을 확인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또한 각 후보자의 모두 발언과 마무리 발언도 주어졌으며, 주어진 짧은 시간안에 질의와 대답을 적절하게 잘하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 '수원비행장' 문제와 '신분당선' 동시 개통 등 지역현안에 대해서는 후보들간에 입장과 대안이 첨예하게 대립각이 세워지기도 하였다.

 

한나라당 후보는 수원이나 경기도의 힘 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중앙정부의 지원이나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명박 정권과 같은 한나라당이니 지원이나 협조를 가장 잘 이끌 후보로서 적임자라는 것이다.

 

현역의원인 통합민주당 후보는 지난 4년 동안의 많은 일을 했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마무리를 하는 단계라며 터무니 없는 '대운하 건설' 등 이명박 정권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후보는 수원비행장 '이전'이 아니라 '폐쇄'를 하여야 된다고 주장했다. 상대 후보는 '이전도 힘든데 어떻게 폐쇄를 할 수 있느냐'며 헛 공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반론을 펴기도 하였지만 매향리 폭격장도 폐쇄시킨 경험이 있다며 통일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폐쇄'가 맞다고 끝까지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후보는 수원에서 시의원 경험과 건축 전문가로서 수원시 권선구의 현안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주장했다.

 

각 후보들의 상호토론은 주로 소속 정당의 문제점을 비판적 시각으로 물었고 답변이 곤란할때는 의도적으로 빗나간 응답으로 응수하기도 하였다.

 

후보자들도 약 2시간 동안 한 자리에 앉아서 토론하는 것이 편치 않겠지만 수화통역사는 더욱 힘들다. 토론회가 똑같은 시간에 시작하고 똑같이 끝나지만 토론 진행자나 초청된 후보들은 발언하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쉽게 말하자면 진행자나 토론자들은 쉬는 시간이 있지만 수화통역사는 쉴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허리가 아프고 저려도 좁은 공간(원 안)을 이탈할 수 없어 허리를 제대로 펼 수가 없다. 방송조명 때문에 실내공간은 상당히 덥다. 2시간 정도 지나면 옷은 등부터 엉덩이까지 다 젖는다.

 

앞으로도 방송통역의 기회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화실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체력을 잘 조절하고 관리하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