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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협회

한국농역사와 수어통역사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9. 6. 30.

 

 

 

어제 한국농역사 다큐 영화를 잘 봤습니다.

농사회가 빠르게 발전한 시점마다 큰 사건(?)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UN이 세계장애인의 해를 선포한 1980년대초,

그리고 국내에서는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직접 본 농역사는 89년부터입니다.

수어를 처음 보고 수어를 배우기 위해 미쳐 살았던 시기입니다.

 

그리고 90년 중,후반에 한국농아인협회가 청음회관에서 분리 및 독립하면서 발전 속도가 빨랐습니다.

수어통역사 자격시험이 실시되고 수어통역센터가 설립되어 운영되면서 질적, 양적으로 크게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자원봉사자에서 수어통역사로 지위가 바뀌었지만 농인의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재정(자부담) 마련을 위한 앵벌이나 노예 취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수어통역사가 농인에게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있습니다.

"수어통역사는 농인이 있기에 존재한다" "수어통역사는 농인 덕분에 벌어먹고 산다"... 의미는 같을지 모르지만 느낌은 좀 다릅니다.

 

수어통역사 입장에서 보면 "수어통역사 덕분에 농인이 농인(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맘속으로 말합니다.

농인이 없으면 수어통역사는 새로운 직업을 구하면 됩니다. 하지만 수어통역사가 농인을 부정하기 시작하면 농인은 농인답게 살 수 없습니다.

 

또 한가지는 "수어가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수어통역사 입장에서는 "당신은 한국 말 잘 해?"라고 비웃으며 맘속으로 말합니다.

 

수어통역사협회 설립 시도가 몇차례 있었으나 한농협의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농인(한농협)이 허가(동의)를 해주어야 한다" "한농협과 사전에 협의를 해야 한다" 등등

 

하지만 수어통역사의 입장에서 보면

"수어통역사을 농인의 귀속물(부속품) 정도로 취급한다" "아주 꼴보기 싫다" "아주 정내미가 떨어진다"

 

지난 20년 동안 한농협의 입장 변화없이 왔습니다. 하지만 사전 협의를 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최소한 법적으로는 말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농인과 수어통역사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뇌 구조가 다르다고 농담으로 말합니다)

 

하지만 서로가 필요합니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협력해야 합니다.

그동안 한농협은 수어통역사의 존재를 애써 무시했습니다. 자발적인 단체 설립을 막아왔고 방해해 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수어통역사는 스스로 독립했습니다.

단체를 설립하였고, 법인 인가도 마쳤습니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대등한 관계가 된 것입니다.

 

한번 생각해 봅시다.

농인과 수어통역사가 싸우면 누가 유리할까요?

또는 수어통역사 단체와 농인 단체가 싸우면서 경쟁하면 누가 더 유리할까요?

 

한농협이 무시하는 동안 수어통역사는 스스로 독립했습니다.

앞으로도 협력없이 각자 알아서 갈 수도 있습니다. 또는 긴밀하게 협력할 수도 있습니다.

 

낼 한농협 임원선거가 있습니다.

특정후보와 친분이 있지만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축하해 줄 일입니다.

 

그리고 상생을 위한 협력을 제안할 것입니다.

한농협이 상생을 거부하면 각자 알아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선택은 새롭게 선출될 임원진에 달려 있습니다.

 

농인과 수어통역사는 공동운명체입니다. 하나가 되기 위한 지혜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수어통역사는 농인과 불필요한 논쟁 보다는 상호 동등한 협력적인 관계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