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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코로나도 막을 수 없는 '긴급 통역'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20. 3. 24.

 

 

 

지난 2월 말에 지인(농인)에게 톡이 왔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혈변이 많이 나와 놀랐다면서 응급실에 가야되냐?고 묻더군요. 지금 알다시피 코로나 땜에 병원은 안가는게 좋다고 하면서 1~2일 더 지켜보고 심하면 병원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에 연락이 또 왔습니다.

수어통역 해줄 수 있냐?고 하면서 가끔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된다고 하더군요. 코로나 증상이 있냐?고 물었더니 배만 가끔 아프다고 했습니다.

언제 갈 거냐? 고 물으니까 오히려 제 시간을 묻더군요. 낮에는 직장 일 때문에 조퇴하거나 휴가를 내면 되고, 저녁에는 5시 이후 시간이 가능하다고 하니까 ...망설이는 듯 하면서 수어통역센터는 코로나 때문에 출장통역 서비스를 안한다고 하더군요. 수어통역이 급하면 조퇴나 휴가내고 가겠다고 하니까 농인은 부담스러운지 괜잖다고 하면서 끊었습니다.

 

어제 퇴근 무렵 연락이 또 왔습니다.

3번째입니다. 감이 안좋더군요. 농인이 언제 시간이 나냐?고 묻길래... 목요일에 휴가낼 계획이라고 하면서 일정 조정하고 있는데 갑자기 병원 가는 중이라고 톡이 왔습니다. 급한 상황임을 감지하고 택시타고 곧바로 병원에 갔습니다. 병원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곧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농인은 약 2~3주 전부터 혈변이 나왔고, 최근에는 잦은 설사에 쥐어짜는 것 처럼 배가 아프다고 하였습니다.

 

5~10분 정도 진찰받고, 피 뽑고, X-레이 찍고, 주사 맞고, 계산하고, 내일 내시경 검사와 최종 검사결과 보는 일정잡고, 약국에 가서 약 받고 마쳤습니다.

농인이 구화를 좀 하는데 의사를 비롯해서 간호사 등 병원의 모든 분들이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니까 농인 입장에서는 더욱 답답하겠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19 땜에 모든 일정을 취소하거나 뒤로 연기하고 있지만 긴급하게 병원 가야되는 상황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