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참 노동자의 눈

'옥쇄파업' 4일차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6. 8. 19.

# 8/19 오전 7:50

 

어제 저녁에 10여명의 옛 동지들이 모였다.

구조조정 투쟁시기에 맞는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비상시기에 긴급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목표와 방향설정, 주어진 조건과 환경 등 자유롭게 토론하였고 구체적인 사항은 오늘 오전에 만나서 결정하기로 하였다. 

 

밤 9시에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집회를 방해하는 듯 하였다. 약 50여분 동안 촛불집회는 비를 촉촉히 맞으면서도 한치의 흔들림없이 진행되었다. 보기 드문 감동적인 집회였다. 

 

마무리에는 늘 '파업가'를 부르면서 흩어졌던 집회와는 전혀 달랐다. 구조조정에 맞선 쌍용차 노동자들의 의지(?)는 정말로 대단해 보였다. 큰 기대는 없었지만 옥쇄파업 이후 열린 첫교섭은 쌍방의 입장을 전달하고 확인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 8/19 오후 3:50

 

옥쇄파업 3일을 넘어 주말을 맞으면서 현장의 질서는 많이 무너지고 있는 듯하다. 특히 창원이나 정비지부 조합원들에 비해서 본조의 경우는 구조조정에 맞선 큰 싸움을 한번도 해 본적이 없기에 더욱 그렇다. 

 

준비되지 않은 옥쇄파업의 과부하도 생기고 있다. 특히 대의원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현장에서의 역할은 이제와서 소위원을 뽑으라는 지침을 보더라도 쉽게 엿볼 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외출을 하려는 조합원들에게 외출증을 끊어주는 역할은 물론이고 늦은 저녁에는 라면 등 야식을 나눠주는 역할, 자주 열리는 대의원회의 및 임시대의원대회, 다양한 노동조합의 지침 전달하기, 집회시 마다 인원 체크하기, 정문을 비롯한 출입문 규찰서기, 9대 임원 선거운동에 동참하기 등등....

 

어떤 대의원은 하루에 수면시간이 1시간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하면서 대의원이 이렇게 힘들줄 몰랐다며 하소연한다.

 

오늘 노동조합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공지된 내용은 떨어지고 있는 참여율을 경계하고 대의원의 역할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을 보인다.

 

(참고)

* 지대별 불참자 징계 건


지난 9차 임시대대에서 확대간부 포함한 징계방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따라서 노동조합 징계절차에 의해 명단을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재합니다. 특히, 대의원이 명단을 제출하지 않을 시 그 책임을 대의원에게 전가되어 징계가 돌아갑니다. 이 점 착오 없으시길 바라고 끝까지 선봉투쟁에 앞장서 주십시오. 

 

<징계 수위>

1~3회 불참자 - 경고. 홈페이지 명단 공개.

4회 불참자 - 조합선물 지급 금지. 명단공개.

5회 불참자 - 대의원 불출마. 모든 위원 및 간부 자격 박탈.

6회 불참자 - 징계위원회 회부 (제명)

 

* 외출증 발급 시간대 건

사무국에서는 외출증 발급을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로 제한하오니 대의원 및 조합원들은 착오없으시길 바랍니다. 단, 긴급을 요하는 경조사는 즉시 발급.

 


옥쇄파업 4일차 8/19(토) 촛불집회

# 8/19 오후 9:10

 

촛불집회를 방금 마쳤다.

방송 취재를 위한 배려까지 하면서 집회를 준비했던 탓인지 많은 대오가 집결했다. 또한 연일 방송에서 쌍용차 문제를 관심있게 다루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오늘은 조합원 1인당 3,000원씩 투쟁기금을 풀었다. 적은 돈이지만 부서 동료들끼리 마시고 싶거나 먹고픈 것 사서 재충전을 하라고 배려(?)까지 하였다. 막걸리와 머리고기 등 다양한 술판(?)이 벌어졌다.

 

회사에서 교섭하자고 요청를 하였지만 노동조합에서는 주말에는 쉬고 월요일 오전 10시에 교섭을 하자고 했다고 한다. 투쟁 수위가 주말에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기우였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면이나 휴식을 취하는 조합원, 밀린 빨래를 하는 조합원, 다양한 음식을 직접 해먹는 조합원, 화투나 카드로 지루함을 달래는 조합원 등 각양각색이다. 통제도 어떠한 규율도 없이 자율적으로 벌어지는 생산현장은 그야말로 해방공간으로 변한 것이다.

'참 노동자의 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관은 치외법권(?) 건물이라도 되나!  (0) 2006.08.20
'옥쇄파업' 5일차  (0) 2006.08.20
'옥쇄파업' 3일차  (0) 2006.08.18
'옥쇄파업' 2일차  (0) 2006.08.17
'옥쇄파업' 첫날  (0) 200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