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이수호위원장도 일전에 대기업노동자들의 임금자제로 비정규직과 중소영세 업체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다면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임투에서 자동차노조가 사측에 대해 사회공헌기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였으나 자본측의 완강한 반발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생색내기에 그쳤다.
조(兆)단위의 임금총액에서 10억정도라면 이는
수재의연금이나 불우이웃돕기 성금에 불과한 정도다. 따라서 이런 방식으로는 임금차별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음이
확인되었다.
대기업노조가 임금을 양보하면 (인상률을 매우 낮게 하거나 동결하는 경우) 같은 사업장에 있는 비정규직이나 중소영세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이 인상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간 임금동결이나 임금교섭시 사측에 백지위임하여 정부(노동부로)부터 표창을 받은 사업장에 있는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 노동자들 처우개선이나 격차축소 정도는 확인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고속도로나 국도의 차선을 넓히는 공사현장을 보면 기존의 길 주변의 흙을 깎아 내린다. 그럴 때 깎아내리는 순서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온다. 만약 200M높이에 30%의 경사면이라면 먼저 200M지점에서 불도우저로 흙을 밀어내린다 .만약 150M지점에서 흙을 밀어내리려 한다면 공사자체가 어려워진다. 위치상으로 볼 때 위험하기도 하다.
이와 같은 논리로 월 100만원의 비정규직 노동자, 월 200만원의 정규직 노동자, 월
600만원의 경영자 그룹이 있을 때를 가정해 보자 200만원 받는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50만원을 깎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하라는 것인데
순서로 보면 600만원 받는 경영자 그룹에서 100만원 깎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물론 하청노동자일 경우 원청과의 총계약금액에 포함되어 개별노동자의 임금을 원청이 강제할 수 없다. 납품단가의 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그것이 그대로 임금에 반영될 지 의문이다.
이와 같이 임금격차를 말할 때
노·노(勞·勞)간 격차보다는 노·자(勞·資)간 격차를 먼저 따져야 한다. 노동소득분배율과 지니계수 등 계급적 분배의 격차를 놓고 임금격차를
분석해야 한다. 사실 비정규직의 임금문제는 이들을 정규직화하여 기존의 노조에 편입이 된다면 차별같은 것은 말끔히 해소된다.
노(정규직), 노(비정규직)간 차별은 정규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통해 인건비를 절약하고자 하는 사용자측에 그 책임이 있다. 이윤축적을 위해 노동유연화를 가속화시키고 이 결과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다. 그러면 사회적으로 노동운동을 고립시킬 수 있고 노·노 갈등을 유발시켜 계급적 단결을 막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노·노간 격차와 갈등은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기업노동자
또는 정규직 노동자에 화살을 돌리는 것은 자본의 변함없는 전략이다. 그러함에도 노동운동의 지도자들이 의도는 다르다하더라도 자본의 허구적 술수에
말려드는 우(遇)를 범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공장노동자 평균 임금과 최고경영자(CEO) 임금격차는 1980년초의 40배에서 지금은 400배가 넘는다. 이러한 노·자간 본질적 차이를 도외시하고 노·노간 차이를 부각시키는 자본언론에 당하고 있다. 지난번 이용득 위원장이 H 대기업 노동자 평균연봉 6,000만원 주장은 그 동안 자본언론이 주장한 '귀족노동자론'을 수용한 것이다.
울산의 현대 자동차 노동자들이 시급(時給)으로 계산되는 자신의 임금을 그 정도로 받기위해서는 어떤 노동강도와 야근과 특근 등의 노동과정을 거치는지를 조금이라도 알고 하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현대 왕국울산에서 그들은 소비과정에서 다시 현대자본에 구조적으로 빼앗기고 있어 노동자들의 삶이 결코 귀족적일 수 없음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분배(分配)는 사회의 순생산물이 기업과 가계사이에 매매를 통해서 사회구성원 각자의 손에
귀속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생산물의 각 가계에 대한 인적분배와 사회생산물의 각 생산요소간의 분배인 기능적 분배로 구분된다. 우리가
소득불평등이라 할 때 인적분배 즉, 기업과 가계의 불평등이다. 다시 말해 노·자(勞·資)간 불평등이다.
노·노(勞·勞)는 부차적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구조를 단일화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비정규직에 대한 강력한 보호 입법을 통해 차별을 엄격히 규제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비정규직의 철폐와 정규직화를 이루어야한다.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나누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본에 대한 규제와 사회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이것의 지향은 자본주의체제의 극복과 대안을
모색해야한다. '자본주의체제를 인정하겠다'는 주장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술적 수단이라면 몰라도 그것이 전략적(전략이랄 것도
없지만)이라면 이미 자본의 차별극대화와 그 차별에 대한 책임의 대기업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전가라는 올가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대기업
노조임금 양보론의 허구성을 폭로하기 위해서는 불평등분배구조에 대한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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