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만의 자료실

노동조합에 대한 바른 이해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6. 10. 11.

*** 노동조합에 대한 바른 이해 ***

 

올바른 관점이 중요하다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사실도 달리 보게 마련이다. 똑 같은 사실을 노동자는 ‘노동’의 관점으로, 경영자는 ‘자본’의 관점으로, 정치인은 ‘권력’의 관점으로 본다. 사실은 하나인데 설명이 세 가지이니 그 세 가지가 모두 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관점이 옳은 것일까?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최소한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노동자들의 주장이 옳은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각각 다르게 주장하다가도 몇 년의 세월이 지나 노동자의 주장이 옳다고 밝혀지는 경우가 수없이 많았다. '전교조' 의 합법화, '위험작업중지권'의 신설, '제3자개입금지'의 폐지, '복수노조'의 인정, 공무원의 단결권 인정 등이 모두 그 대표적인 예들이다.

노동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 동안의 가장 놀라운 경제 성장을 자랑했던 박정희 정부의 '한강의 기적'에 대해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노동자의 저임금을 경쟁력의 기반으로 하는 그릇된 경제 정책이 언젠가는 우리나라 경제를 빈 깡통으로 만들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었고 그 예언은 24년 후에 정확하게 적중했다. '아하, 이래서 노동자가 진보세력이라는 것이로구나' - 이론적으로 따지기 전에 현실이 그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역사와 사회를 올바로 보는 사람만이 올바른 전망을 세울 수 있다. 역사란 담당 주체가 자기들의 세력을 확장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역사와 사회를 보는 노동자의 주장과 관점이 옳은 이유는 노동자들의 지식과 교양과 인품이 훌륭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 구조의 문제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된 억압구조가 노동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제도권 교육의 잘못

우리나라 국민들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불편하다고 불평을 하고 노동조합을 ‘집단이기주의’라고 비난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존중하려고 애쓴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일까?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봉건 해체 과정에서 시민 계급이 형성되고, 이들이 자본을 축적하여 물적 토대를 마련하면서 자본주의로 진행하여 시민적 권리 의식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쌓여 왔다. 노동자의 파업을 비난하지 말아야 결국 노동자인 나 자신, 우리의 권리도 지켜진다는 것을 역사 속에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중세 사회 해체 과정에서 식민 시대를 경험하고, 곧바로 자본주의로 편입되면서 그런 소중한 경험을 축적할 기회를 상실했다. 또한 선진국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교육 - 노동법, 노동 운동, 노동조합 등 - 을 도외시하여 교육을 통한 시민 권리 의식 함양의 기회마저도 저버렸다. 대부분의 학생이 장차 노동자가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가 노동운동에 대한 비뚤어진 의식을 갖게 한 것이다.

시민혁명의 과정을 거쳐 현대 사회를 건설했고, 노동자가 중심이 된 정당이 집권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유럽의 선진국들처럼 제도권 교육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가르치면 좋으련만 우리나라의 제도권 교육에서는 우리의 삶에 이렇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노동조합에 대해서 전혀 가르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매스컴의 정보 전달이나 간접적인 사회 경험 등을 통해 오히려 노동조합은 뭔가 대단히 불순하거나 불온한 단체인 것처럼 인식하도록 길들여져 왔다. 의식을 그렇게 조율해온 음모의 시스템 속에서 살아온 국민들은 ‘반조폭 정서’보다 훨씬 더 심각한 ‘반노동조합 정서’를 갖고 있다.

노동조합은 대중조직이다

지금은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나 간부가 되어 있는 사람도 이 땅에 태어나 자라는 동안 “앞으로 ‘노동조합’이란 단어가 나의 인생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라고 짐작했던 사람은 거의 없다. 노동조합 위원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위원장이라고 해서 특별히 조합원들과 다르게 회사에 취업할 때부터 “내가 이 회사에 들어가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위원장이 되어 필생의 사업으로 노동운동에 헌신해보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는 조직이다. 학력,종교,나이 등에 전혀 관계없이 조합원이 될 수 있고 우리는 그런 차이를 절대로 두지 않은 채 더 많은 노동자가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노동조합의 힘은 많은 노동자들의 단결 속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합원들의 성향과 의식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 중에는 우리가 아무런 어색함 없이 부르는 노동가요를 듣고 ‘너무 살벌하다’, ‘빨갱이 노래 같다’는 이유로 고민하는 조합원들도 있기 마련이다.

 

“노동자가 주인 되는 노동해방 세상”을 꿈꾸는 조합원도 있는 반면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본주의”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조합원도 있다.

 

“소비에트라는 낡고 경직된 생산관계는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치를 창조한다는 새로운 생산력을 뒷받침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체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는 반면 “소비에트와 동구의 현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 국가의 포위와 미국 CIA의 공작에 의해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조합원도 있을 수 있다. 노동조합은 본래 이렇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이런 차이들 때문에 경쟁과 분열의 요소도 있을 수밖에 없다. 가열찬 단체교섭 투쟁을 통해서 얻어낸 조항들이 어떤 조합원에게는 큰 유익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어떤 조합원에게는 작은 유익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때로 일부의 조합원에게는 손해가 되기도 한다.

 

자본과 권력은 이러한 것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노동자 내부의 분열과 경쟁을 촉진한다. 협박,회유,매수하고 적극적으로 공작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보다 더 광범위한 공통의 이해에 기반해 단결을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렇게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이 성격 중에 하나가 ‘계급성’과 함께 ‘대중성’이다. 이 두 가지가 노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성격이다. 노동조합은 계급성 때문에 자주적이어야 하고, 대중성 때문에 민주적이어야 한다.

올바른 원칙과 체계

다양하고 많은 사람이 모여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란 쉽지 않다. 어떤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무시한 채 간부들끼리만 운영을 하기도 하고, 파벌이 생겨 조합원들끼리 다투기도 한다. 또 어떤 조합원들은 자신은 실천하지도 않으면서 불만만 털어놓기도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이 대중조직이라는 것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갖고, 올바른 원칙과 체계를 세워야 한다. 그 원칙과 체계가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을 지탱한다.

종로 거리에 걸어 다니는 수천명의 사람들을 ‘조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석이 되는 것처럼,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그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원칙과 체계가 있어야 ‘조직’이 되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조합원들이 모여 있는 노동조합이지만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전체 조합원들이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움직여야만 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원칙’과 ‘체계’이다.

민주적 운영의 원칙

‘대중성’이라는 특징에 입각하여 우선 지켜져야 할 원칙이 ‘민주적 운영의 원칙’의 원칙이다. 민주적 운영이란 조합 활동을 조합원에게 공개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원의 참여를 보장하고, 중요한 결정에 조합원의 참여를 보장하고,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전체가 단결하여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너무나 당연하고 일반적인 얘기다. 그러나 자칫 잘 지켜지지 않는 원칙이기도 하다.

조합원들은 간부들이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한다며 불평하고, 간부들은 조합원들이 잘 따라주지도 않으면서 말만 많다고 하기도 한다. 조합원이나 간부나 어려운 상황에서는 모두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에 관심이 없는 조합원들을 노동조합이라는 마당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간부의 역할이다. 간부들은 조합원들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들이 제대로 활동을 해 왔는가 뒤돌아봐야 한다.

또한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의 힘은 조합원들로부터 나오고, 노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주인은 바로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 자신이 노동조합 활동에 얼만큼 책임을 지고 있는지 스스로 반성해보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노동조합의 회의 활동

“노동조합 활동은 회의로 시작해서 회의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노동조합에는 수많은 형태의 회의들이 있다. 노동조합에 그렇게 많은 회의가 있는 이유는 바로 다양한 조합원 대중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것이다. 모든 회의가 지향하는 목표는 바로 그것이다. 다양한 조합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피곤하고 힘든 과정이지만 반드시 해야만 한다.

 

노래 한 곡을 두고 부를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로 밤을 새워 토론을 해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을 정도로 힘 겹지만 반드시 성실하게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일단 방침이 결정되면 반대했던 소수도 다수의 의사에 승복하고 일사불란한 행동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