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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조직활동의 원칙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6. 10. 11.

*** 노동조합 조직활동의 원칙 ***

 

 

일상활동이 해결책이다


노동조합이 달라진 정세와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대처하고 그때그때 적합한 과제들을 수립해 관철시키는 자세는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정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뾰족한 수'보다 매 번 더욱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이 항구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과 덕목이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서 어떤 노동정책을 실시하더라도 노동조합이 '일상활동을 글자그대로 일상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할 수 없다. 노동법이 어떻게 개정되든지, 그렇게 개정된 노동법이 노동조합에 어떤 영향을 끼치든지, IMF가 한국의 경제를 초토화시키든지 노동조합은 잘 다져진 일상 활동으로 그 어려움을 돌파할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의 힘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 조합원들은 평소에는 게으르지만, 한번 싸움이 붙었다 하면 완전히 사생결단하는 성격이야'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다. 평소에 불성실한 조합원은 총파업 때에도 기본적으로 불성실할 수밖에 없다. 평소에 체력을 다져 놓은 사람만이 웬만한 어려움을 만나도 이길 수 있다.

 

일상활동을 '보신탕' '보약' '인삼녹용'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그런 뜻이다. 일상활동으로 잘다져진 노동조합은 지난 총파업 국면과 IMF 상황 하에서도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던 반면, 투철한 ‘노동자 의식'과 화끈한 '성깔'이라는 상징만으로는 효과적인 투쟁을 담보해 내지 못했다.


노동조합의 일상활동이란 바로 위의 집행부와 대의원과 조합원이 각각 자신의 직책에 맞추어 펼치는 활동이다. 집행부와 대의원과 조합원을 하나로 묶어서 전체 조합원이 한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다.


 

** 노동조합의 3대 질병


노동조합의 일상활동을 방해하는 ‘3대 질병’이 있다. 그 질병 역시 노동조합이 대중조직이라는 특성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어찌 보면, 그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곧 일상활동의 내용이다.


  가. 무관심병


노동조합에 아예 관심 없는 것이 그 증세다. “노동조합 일은 간부의 일이다.”라고 생각한다. 노동조합 집행부 활동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조합원은 어떻든 노동조합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열심히 반대하는 사람은 나중에 집행부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무관심병은 노동조합 약화와 어용화의 지름길이다.


‘무관심병’에 대한 치료제는 우선 조합원들의 불만 사항과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내용을 파악하는 활동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중에 실현 가능한 일부터 착수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뭔가 작은 것 하나라도 보여주는 것이다.


  나. 유아독존병


이 병은 유능한 노조 간부가 잘 걸리는 병이다. 열심히 일하지만 ‘저 친구 혼자 다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이 병에 걸렸다고 볼 수 있다. 수차 강조하지만 노동조합은 대중조직이고 노동조합의 힘은 조합원 대중으로부터 나온다. 유능한 노조간부의 뛰어난 언변과 많은 지식과 멀끔한 인물은 잠시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그런 노동조합은 후계자가 없을 경우 유능한 간부가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생명이 끝난다.


‘유아독존병’에 대한 치료제는 무엇보다 올바른 회의 활동이다. “노동조합 활동은 회의로 시작해서 회의로 끝난다.”는 말과 함께 많이 강조되는 표어는 “회의도 투쟁이다”라는 것이다. 임원(핵심간부)회의 -> 상집회의 -> 대의원회의 -> 소위원회의 -> 부서별 회의에서 많은 내용들이 걸러지고 다시 반대방향을 거쳐 총회에서 의결되는 것이다.

                

  다. 해결사병


3대 질병 중에서도 가장 중한 질병이다.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집행부를 해결사 취급하는 것이 그 증세다. 집행부와 조합원이 따로 놀기 시작하면 이 병이 깊어졌다는 증거다. 그런 노조의 조합원들은 임․단투를 아예 노조 집행부에게 하청 준 것처럼 생각한다. 간부들이 목숨을 걸고 교섭을 하는 시간에도 자기 부서에서 죽어라 일만 하면서 ‘집행부가 알아서 다 해주겠지’ 하는 기대를 한다. 노조 집행부는 열심히 과일을 따는 사람들이고 조합원들은 앉아서 그 과일을 받아 챙기는 사람처럼 인식한다.


‘해결사병’의 뿌리는 아주 깊다. 87년 이전에는 그 병에 걸린 노조가 별로 없었다가 그 이후에 급증했다. 실제로 노동조합이 해결사 노릇을 훌륭하게 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전리품을 나눠주기에 바빴던 2년간의 ‘대투쟁’이 남긴 후유증이다. 정문 앞에 모여서 “의샤!” 한번 할 때마다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해결사병’에 대한 치료제가 바로 일상활동이다.


활동의 연대가 필요하다


말은 '연대 연대' 그렇게 잘하는데 간부들끼리 모임은 있을지언정 조합원들이 '우리 노동자는 함께 투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식을 느낄 기회는 별로 없다. 해마다 11월에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노동자대회에 수만명의 노동자가 모이는 집회에서 “참 놀랍구나” 생각하는 것이 연대 경험의 전부인 경우가 많다.


단위 사업장을 넘어 지역내 연대, 동종업체간의 연대, 총 노동자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연대 사업을 통하여 경험을 상호 교환하고 작업환경에 대한 비교 검토와 더불어 법 제도에 대한 공동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 평소부터 일상적인 연대활동이 따르지 않으면, 공통적인 이익에 기초한 단결보다 경쟁과 분열의 요소가 고개를 쳐들 때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책임을 나눌수록 강해진다


노동조합의간부가 '내 한 몸 다 바쳐' 일하겠다는 각오를 하는 것이야 옳지만, 조합원들까지 간부가 몸 바쳐 일하기를 바라면서 구경만 하고 있다면 그 노동조합은 아무것도 쟁취할 수 없다. 조합원들이 두 손 놓은 채 간부들만 바라보고 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상활동이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고,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나 학교의 주인인 학생은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고 지닌 뜻이 달라도 괜찮지만,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생각의 차이가 있더라도 행동을 같이 하는 동지적 입장을 항상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주인이 된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조직 따로, 조합원 따로'인 이원화 현상을 낳게되면 그 노동조합은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 많은 열혈투사를 양산할지라도 아무런 성과를 이룩할 수 없다. 조합원 모두가 자신을 노동조합의 주인으로 생각하고 자기 몫만큼 책임질 수 있는 노동조합이 승리한다.

 

간부에게 책임이 모두 집중된 조직은 힘이 없지만 조합원 전체가 책임을 골고루 나눈 조직은 무소불위의 조직이 된다. 책임을 나눌수록 조직의 힘은 강해진다. 아무리 작은 일도 조합원 전체가 함께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임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부지런한 일상활동의 홍수로 다가오는 미래에 올바르게 대응하자.

 

 


** 노동조합 일상활동의 내용 **


  가. 조직활동


서울 종로통을 걸어 다니는 수천명의 사람이나, 하나의 지하철에 타고 있는 수만명의 사람을 ‘조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오합지졸은 조직이 아니다. 노동조합과 관련을 맺는 많은 조직들을 만들고 조합원들을 빠짐 없이 그 조직에 담아야 한다. 자칫하면 회사의 조직활동이 노동조합의 조직활동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거주지역별 조직, 부서별 조직, 가족실천위원회 조직 등 생각하기에 따라서 조직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자칫하면 노동조합에 맞서는 회사의 조직 활동이 더 왕성해질 수도 있다. 노동자는 회사의 ‘사원’이기에 앞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조직 활동이다.


  나. 교육활동


조합원들의 의식을 통일시키는 활동이 교육활동이다. 교육 대상, 교육 형태, 교육 시간, 교육 목표 등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한다. 물론 예산 타령을 할 수도 있다. 간부교육, 대의원교육은 1년에 한두 번하고, 일반 조합원 교육은 엄두도 못내는 노동조합이 많다. 단체협약에 분기별로 시간을 따 놓고도 시행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훌륭한 파업 투쟁의 뒤에는 “교육 정말 징글징글하게 했지요.”라고 말하는 노조 간부들의 수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다. 선전활동


선전활동은 쉽게 말해서 ‘분위기를 띄우는 활동’이다. “분위기에서 결판난다”는 말이 선전 활동의 중요성을 잘 나타낸다. 5년 전의 노보 체계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고, 그것도 편집실장이나 선전부장 혼자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할 사람도 별로 없고, 조합원의 투고도 별로 없으며, 조합원들이 잘 읽지도 않는다면 선전활동의 체계와 내용을 바꾸어야 한다.


  라. 조사 활동


아주 쉬운 조사 사항들이 경시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조합원 중에 산재를 당한 사람이 한 달에 몇명인가? 결근자가 몇명인가? 입사자가 몇명이고, 퇴사자가 몇명인가? 이런 것들도 잘 안되고 있다. 조사부장이 할 일이 별로 없이 임투 때 임금인상 요구안 만들면서 조사 좀 하고는 평상시에는 할 일이 별로 없는 노동조합도 많다. 작은 조합이든 큰 조합이든 방문하게 되면 자료가 체계적으로 갖추어져 있는 곳도 별로 없다. 공짜로 날라온 것, 개정된 지 오래된 옛날의 낡은 노동법 책이 고작이다. 그러다 보니까, 임투나 단투 때 벼락치기로 준비를 한다. 준비가 잘 안되고, 허점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조사 없이 투쟁 없다.


  마. 복지 활동


복지활동은 조합원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사업이다. 조합원들이 개인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문제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다는 점을 감안하여 조합원들 곁에 노동조합의 존재와 역할이 항상 느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규모가 좀 큰 사업장에서는 신협, 소비조합 사업을 할 수 있고,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계절에 따라 수시로 판매 활동 등을 할 수 있다.


  바. 문화 활동


문화활동은 노동자들이 올바른 정서를 갖게 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활동이다. 선전에 관한 기술 습득 교육, 기업문화운동에 대한 대응, 달라지는 노동자 정서에 올바르게 조응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들의 발굴해야 한다.